[MBN스타 김진선 기자] 두산아트센터는 매해 ‘두산인문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2013년에는 ‘빅 히스토리: 빅데이터’ 2014년은 ‘불신시대’, 작년은 ‘예외’를 주제로 관객들과 만났고, 올해는 ‘모험’이라는 주제를 펼쳤다. ‘모험’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이나, 시도, 두려움, 신선하고 새로움 등 ‘모험’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극장에 담았고, 또 구현해 냈다.
이은결이라는 흥행 보증수표를 철저히 숨기고 올린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Méliès Illusion-Episode’나, 신선한 시도에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한 ‘게임 Game'과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Teh Internet is Serious Business)는 ‘모험’이라는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고, 나아가 앞으로 ‘두산인문극장’에서 내보일 작품에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지만, 또 현시대를 잘 나타내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 다양화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 이하 김요안 PD와의 일문일답.
↑ 사진=두산아트센터 |
“‘모험’이란 주제로 이어진 ‘두산인문극장 2016’. 짧게는 올해 사업기간인 3개월, 길게는 인문극장 콘셉트 찾기가 시작된 지난 봄 부터 마지막 공연이 마무리된 올해 여름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소재와 형식의 공연을 찾고 선보이려 노력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Q. 여정을 마무리 하면서 만족하는 점과 아쉬운 점이 있었나.
“그 동안 단일 공연으로 따로 쉽게 선보이기 어려웠던 공연을 이번 인문극장의 모험이라는 장을 통해 엮어 제작해 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다. 다만 이번 기획의 작품 중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은 관람하기 불편하고, 어떤 작품은 그 동안 봐왔던 두산의 공연들과 많이 달라 생소할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낯선 새 공연의 경험 중에 겪은 불편함과 생소함은 열린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 사진=멜리에스 일루션 포스터 |
“올해 인문극장은 두산아트센터가 그 동안 인문극장과 두산 기획연극 시리즈를 통해 많이 선보여 왔던 연극적 문법과 형식에서 도전적으로 나아간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모험’의 인문극장 콘셉트 취지 상 ‘기존 연극의 경계 밖’으로 나아가려는 형식적이고 실험적인 공연, 예술적 모험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Q.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Méliès Illusion-Episode’는 ‘이은결’이라는 이름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 막이 올랐는데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은결을 마술이 아닌 ‘일루션’(Illusion)에 맞춰, 좀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다. EG란 이름을 사용한 부분은 이은결의 새로운 작업에 대해 기존의 선입관에서 벗어나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Q.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Méliès Illusion-Episode’에서 중점을 맞춘 곳이 있다면.
EG는 예술로서의 마술, 일루션을 통해 한계에 다다른 오늘날의 마술에 대해 근원적으로 고민하며, 픽션(fiction)으로서 예술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멜리에스가 Cinematography를 통해 고민했던 지점에서 EG의 근본적인 마술에 대한 성찰과 도전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EG, 페스티벌 봄과 두산은 EG의 이런 성찰이 기술적인 한계에 다다른 오늘날의 예술에 필요한 주요하고 새로운 상상이며, 새로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모험이란 주제의 첫 공연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사진=게임 포스터 |
“‘게임’은 신자유주의의 고도화 속에 양산된 하우스푸어 세대와 기업가가 벌이는 프라이버시 공개 게임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다룬다. ‘인터넷’은 실재했던 어나니머스 그룹의 룰즈섹이라는 핵티비스트 그룹의 흥망성쇠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두 개의 작품은 동시대 우리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되, 그 방법은 친절하고 안전하기 보다는 그 설정의 중심으로 가능한 빠르고 가깝게 관객을 데려간다. 거기에 ‘인터넷’은 인터넷 세계의 따라가기 어려운 빠른 커뮤니케이션 속도, 모든 정보가 공개된 듯하지만 실재로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제한적인 정보의 불균등한 속성 속에 관객들을 그대로 같은 눈높이로 노출시킨다. 우리가 처한 근본적 현실 상황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매우 불편한 경험일 수 있다.”
Q. ‘게임’을 보고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
“작품에서 제공하려 한 것은 궁극적으로 불편함 그 자체는 아니다. 그 불편한 극장에서의 경험 너머에 있는 ‘우리 삶의 진실 가까이로 함께 가고자’ 하는 제안에 있었다. 위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 관객들의 결정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한다.”
↑ 사진=인터넷 포스터 |
“‘멜리에스’는 처음에 두산아트센터 스태프들이 EG의 작업과 구상을 서류와 말로 이해하는 데에 있어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몇 차례 이천 스튜디오를 다들 직접 방문하고, 수차례의 스탭 회의를 통해 어렵게 그 구상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었다. ‘멜리에스’의 경우 실제 공연 진행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하고, 영상 구현 등 시스템 부하도 커서 중간에 작동이 중단되거나 구현이 안 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다. 다양한 백업 플랜과 액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공연 중에 몇 차례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서 EG가 그런 액트를 구현하며 애썼다. 무대 뒤편이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늘 전쟁터 같았던 작품이다.”
“‘게임’과 ‘인터넷’은 객석의 사각에 대해 관객들의 불편함이 많았다. 객석 구조가 연출적, 무대디자인적인 콘셉트이긴 했지만 일부 관객들은 시야방해의 불편함을 호소하시고, 공연 중에 나가시는 관객도 있었다. ‘인터넷’은 워낙 민감한 소재의 최근작이라 공연권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공연권을 확보해 이번 공연을 겨우 올릴 수 있었다.”
Q. 두산인문극장에서 하는 작품은 ‘믿고 봐도 좋다’라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인문극장 2017’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4년 간 인문극장을 통해 찾아온 주제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