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앤이 말한다. ‘주근빼 빼빼 마른’ 바로 그 빨강머리 앤이다. 앤은 쉴새 없이 조잘거린다.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전요. 무언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즐거움의 절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천방지축 앤이 마치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듯하다. 앤과 함께 성장한 소설가 백영옥에게 ‘빨강머리 앤’은 인생의 지침서다.
그는 “10년 전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를 누를 힘이 없었지만,‘빨강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 (중략) 나는 앤이 한 말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 절망의 시간들을 앤 덕분에 견뎠다고. 그리고는 다시 소설과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이다. 백영옥과 함께 돌아온 앤은 역시나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바로 그 모습이다. 초록지붕 집의 꿈 많은 소녀, 절친인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포도 주스로 착각해서 먹이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치는 명장면들이 책 속 삽화와 함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저자는 “빨강머리 앤은 끊이지 않는 실수와 시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감동과 기쁨의 이야기다. 행복한 삶을 찾아 현명한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기이면서 매튜와 마릴라가 부모로서 성숙하고 사랑을 배우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앤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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