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원스’ 속 순수한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잭 더 리퍼’로 무대에 오른 이창희는 수염이 난 핼쑥한 얼굴에, 목덜미와 팔에 타투를 그린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하더니, 이내 “이렇게 하고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면 혼내요”라고 멋쩍게 웃어 보인다.
이창희는 앞서 ‘김종욱 찾기’ ‘젊음의 행진’ ‘헤이, 자나!’ ‘고스트’ ‘원스’ ‘아리랑’에 올랐고, ‘잭 더 리퍼’와 ‘모차르트’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매춘부만 노리는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살인마, 살인에 연루되는 외과의사와 특종을 쫓는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무대 위에서 이창희는 사악한 웃음을 짓는가하면,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만들어 관객들의 숨을 죽이게 만든다. 잭이라는 살인마에 대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그의 강렬함은 ‘잭 더 리퍼’의 긴장을 더하기 충분하다.
↑ 사진=쇼홀릭 |
“‘원스’ 할 때는 기타 치면서 노래했는데, ‘잭 더 리퍼’는 좀 더 허스키한 소리로 발성을 해요.
사실 목이 아파요(웃음). 잭의 느낌적인 것에 대해 연출이 요구하는 게 많고, 또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다보니, 지금의 잭이 됐네요.”
이번 작품을 위해 3kg를 감량했을 뿐 아니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 무대 위 잭이 이창희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 이창희는 자신이 표현하는 잭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자신만의 개성을 더했다.
“잭도 제 안에 있는 저를 이끌어 낸 거잖아요. 제가 소화해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외형적이거나, 의상, 타투 등을 통해 저를 동기화 하고 있어요.”
잭은 매춘부만 연쇄 살인한 살인범으로, 엽기적인 행위고 서슴지 않은 인물. 그에 관한 자료는 많지만, 여전히 상상 속의 인물 일 뿐이다.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는 여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역대 잭을 맡은 배우들이 심어놓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더욱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이번에는 테이와 같은 역할을 맡았지만, 서로의 느낌마저 너무나도 달라 마치 다른 작품을 본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테이와 잭에 대한 인물관이 달라요. 저는 ‘현실에 있는 누군가’라는 부제처럼, ‘누가 살인자인가’라는 생각으로 현실에서 답을 구하려고 했고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전 헤나로 타투를 선택했고, 테이는 자신 만의 방법으로 극을 이끌더라고요.”
특히 잭의 입장에서는 1막과 2막이 확연히 다르다. 관객과 극을 잡고 있는 분위기까지 섭렵해야 할 뿐 아니라 다니엘과의 호흡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1막에 나오는 잭과 2막의 잭이 한 사람이지만, 현실과 환상을 사이에서 비슷하지만 또 안 비슷하게 만들어야 해요. 이런 점이 재밌어요. 처음 본 관객들이 설득력 있게 볼 수 있게, 풀어가는 재미도 있죠.”
극 중 잭의 등장은 많지 않지만, 짧은 순간에도 임팩트가 있다. 그 임팩트로 이미지를 만들고, 관객들의 마음을 동요시킬 수 있어야하니, 실로 어렵지 않을 수 없는 것. 거기에 다니엘로 분하고 있는 세 배우 류정한, 엄기준, 카이와의 호흡이 빛을 발해야 한다.
“다니엘 류정한, 엄기준, 카이가 표현하는 게 달라서 저도 조금씩 달라져요. 그 안에서 찾는 힌트도 있고요. 류정한이나 엄기준은 많이 이끌어준다면, 카이와는 서로 공유하거나, 동기화 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작품의 연장선인 셈이죠.”
‘모차르트!’와 ‘잭 더 리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창희. 쉬지 않
“제 원동력이요? 쉬고 싶은 배우는 없을 거예요. 작품 운이나, 캐릭터도 저와 맞아야 하고, 또 작품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작품은 사람 인연 만나는 것처럼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 좋은 작품과 동료들을 만난 게 참 행운이죠.”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