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식 교수 |
과학책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들어 1월부터 8월 15일까지 과학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35%가 뛰어올랐다. 과학교양서는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이 즐비한 분야다. 올 들어 조던 엘런버그, 랜들 먼로, 데이비드 핸드 등 스타 작가의 신간이 잇따라 출간되고, 국내파 저자도 두터워지면서 과학책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믿고 보는 국내 교양과학 저자는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의 정재승,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최재천 정도로 많지 않았다. 여기에 김대식, 김범준, 김상욱, 서민 등이 새 저자군으로 합류했다. 최근 2년내에 출간된 책 중에는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교수의 ‘빅퀘스천’은 3만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는 1만5000부가 나갔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1만5000부,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의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출간 1달만에 6000부가 나갔다. 이 책들을 출간한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지난해부터 과학서의 출간이 눈에 띌 정도로 늘고 있는데 이는 지식담론의 중심축이 인문사회에서 과학으로 넘어오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영미권은 물론 일본·중국에서도 지식담론의 중심축으로 과학이 자리잡았는데 한국에서는 좀 늦은 감이 있다”면서 “SNS를 통해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자기발언이 퍼지기 시작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대형 이벤트도 과학책 붐을 이끌었다.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켰고, 6월 중력파의 발견도 있었다. 여기에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벌인 로켓 발사 대결 등으로 기술기업에 관심이 높아졌고, 이공계가 입시와 취업에서 선호되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다출판사가 간행하는 과학계간지 ‘스켑틱(SKEPTIC)’ 한국어판의 인기도 놀랍다. 2014년 3월 발행한 창간호는 1만부를 돌파했고, 6호까지 매호당 7000부씩 팔리고 있다. 마이클 셔머,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등 날고기는 회원이 소속된 스켑틱 협회의 글이 번역돼 실리기도 하지만 혈액형, 음양오행과 사주, 음모론 등 일상 속 과학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박선진 스켑틱 편집장은 “창간 전 걱정보다 반응이 뜨거워 놀랐는데, 무엇보다 기존 과학책과는 독자층이 달라진 것 같다. 이공계나 의학계 종사자들을 독자로 염두에 뒀지만 실제 정기구독자의 다수는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목할 만한 현상은 독자층의 변화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여성이 과학책의 주요 독자였다. 예스24의 과학 도서 구매자를 분석해도 40대 여성이 32.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40대 남성은 19.9%였으며, 전체 시장에서 여성 독자는 55%를 차지했다. 세대별로는 40대가 절반을 넘는 52.3%를 기록했다. 20대는 9.2%, 30대는
박 편집장은 “30~40대 여성들은 교양서 시장의 가장 큰 독자층인데, 인문서를 즐겨 읽던 이들이 과학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자녀를 둔 세대도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과학 교육에 관한 관심으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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