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윤형렬은 굳이 어려운 길을 간다. 윤형렬은 앞서 ‘노트르담 드 파리’ ‘모차르트’ 등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 출연하는 데 이어 ‘에드거 앨런 포’ 등 라이선스 초연, ‘아랑가’ ‘페스트’ 등 창작뮤지컬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자신의 입지를 굳혔음에도, 윤형렬은 작품으로서 인정을 받은 대형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초연 작품 등에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선스 작품이라도, 국내 초연은 배우 스스로 만들어갈 부분이 많다. 창작뮤지컬 역시 마찬가지. 참고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개척하고 찾아야 할 부분이 많고 그만큼 부단히 고민해야 하지만, 평가 역시 냉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증명된 작품에 오르는 것이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좀 리스크가 있더라도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창작 작품에 오르면 뿌듯함이 들어요. 라이선스 작품은 만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창작 작품은 작품을 연구하고, 또 참여하다보면 성장하게 되더라고요. 공연 마치고 나면 성장했다는 것을 분명 느끼고, 거기서 뿌듯함이 오는 거죠.”
윤형렬이 최근 출연한 뮤지컬 ‘페스트’는 서태지의 음악과 알베르 카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 작품의 화자(話者)이자, ‘변화하는 자’ 랑베르 역할을 맡은 윤형렬은 오랑시(市) 저널리스트로 정체성과 시스템에 대한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리유를 통해 변화하는 인물이다.
윤형렬은 초연 작품의 매력에 대해 “캐릭터가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나만이 낼 수 있는 캐릭터도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출연한 ‘에드거 앨런 포’는 라이선스지만, 국내 창작들의 고심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 하지만 호평을 받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페스트’ 역시 화제를 모은 만큼 말도 많았고, 무대에 오르고 나서도 끊임없이 변했다. 배우로서 결코 쉽지 않았던 작품인 셈이다.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를 하면서 절대적으로, 정말 많은 대사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웃음). ‘에드거 앨런 포’를 통해 능글맞은 느낌을 낼 수도 있었죠. 노래 역시 저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연기적으로 푸는 것도 포 보다는 그리스월드의 스펙트럼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에드거 앨런 포’에서 윤형렬은 악랄한 면도 내보였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포와 대립각을 세우는 그리스 월드는 감정 표현의 폭도 넓고, 음악적으로도 내보일 부분이 많았다. 윤형렬은 그리스 월드를 완벽하게 소화, 자신이 가진 힘을 입증해 보였다. 특히 평단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윤형렬 페어는 봐야 해’라고 언급될 정도니, 배우와 역할이 가진 힘을 확실히 내보인 셈이다. ‘페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윤형렬은 작품을 통해 ‘배우고’ ‘성장’했다. 이미 연기력이며, 가창력으로 인정을 받은 배우인데도,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그의 노력이 여실히 보였다.
‘페스트’에서 더 고민을 하고 중점을 둔 부분은 어디였을까.
“드라마에 관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랑베르를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그와르처럼 화자이자, 기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화자로서 좀 작아지더라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죠. 종군기자, 걸출하고 야전기자를 생각했어요.”
윤형렬의 고민 덕분인지, 랑베르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부각됐다. 이기적인 면모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삶에 대한 행복을 생각하게 되는 인물로 변모했고, 그 과정 역시 절절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랑베르가 변화하는 과정이 더 도드라졌으면 하는 점이었죠. 리유와 부딪치는 견해 등 차이가 더 부각됐으면, 둘의 캐릭터가 다 살았을 텐데, 그 사이를 타루가 채웠죠.”
또, 작품 속 윤형렬의 넘버가 적어 아쉬움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적잖았다. 극 중 상대적으로 대사가 많고, 앙상블의 힘이 셌기 때문에 윤형렬의 깊이 있는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
“솔로곡이 ‘제로’ 뿐이에요. 아쉽긴 하지만, 다함께 부르는 곡이 많아요. 앙상블의 힘을 느낄
하지만 윤형렬은 “좋은 경험”이라면서 ‘페스트’를 하면서 잊지 못한 순간도 털어놨다.
“서태지가 공연을 보러 왔을 때죠. 너무 떨렸어요. 공연 끝나고 인사하는데 ‘살아있는 전설이 움직이는 구나’ 라는 생각이었죠(웃음). ‘제로’를 만족했다고 칭찬해 주는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