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한나라 시대 녹유 테라코타 말 조각상 옆에 선 바라캇 회장. [사진제공 = 바라캇갤러리] |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 것을 찾습니까”
“순화되지 않은 날 것의 아름다움 때문이요.”
1960년대 중반 팔순이 넘은 파블로 피카소가 이스라엘 예루살렘 한 갤러리를 불쑥 찾았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던 17살의 소년이 현대미술의 전설 피카소를 맞이했다. 피카소는 “아프리카 유물을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고, 소년은 그 말을 가슴 깊숙이 품었다.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딜러, 예술가가 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파에즈 바라캇(67) 얘기다. 그가 한국을 찾았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최근 서울 삼청로에 ‘바라캇갤러리’를 오픈한 뒤 한달에 일주일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인 서울 삼청로에서 아프리카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조각상, 중국 불상을 마주하는 것은 아주 낯선 경험이다. 더욱이 건물(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전체를 통째로 임대한 ‘통큰’ 결정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일까.
“올 3월에 우연히 경복궁 옆 삼청로를 걷다가 그 에너지가 너무 좋고, 아름다워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죠. 마침 이 곳이 비어 있어서 일주일 만에 계약을 했어요. 홍콩에 분점을 내려던 생각이었는데 정말 즉흥적인 결정이었죠.”
그는 10대에 이미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지금은 억만장자에 오른 갑부다. 150년 전 농사를 짓던 그의 조상이 우연히 밭을 갈다가 고대무덤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갖가지 성서와 유물을 발견해 내다 팔면서 5대째 갤러리 가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바라캇 역시 신석기 시대부터 19세기 중국 불상까지 총 4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 가져온 유물은 300여 점. 점당 500만원에서 30억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영국 런던과 미국 LA 비버리힐즈, 중동 아부다비에도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2층 집무실에는 이탈리아에서 출토된 5세기 그리스 항아리와 15세기 아르메니아 채색 성경, 3300여년 전 이집트 모세 시기에 제작된 부조 등이 놓여 있다. 현대미술도 아니고 우리 고미술도 아닌 외국 박물관에서 볼 법한 이런 유물들에 한국 컬렉터들은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런던과 LA, 아부다비 갤러리를 찾는 중요한 컬렉터 가운데 한국인들이 꽤 된답니다. 비밀리에 활발하게 컬렉션하는 한국인들이 참 많아요. 특히 성서나 비잔틴 유물, 중국 불상들이 인기지요.” 확신에 찬 어조로 그가 말을 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앤티크 시장에 돈이 몰리지요. 희소성이 있어서 특정한 아이템의 경우 가격이 치솟아요. 부동산을 줄이고 아트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바라캇 회장은 수백만원에 불과했던 유물이 수십년이 지나 소더비 경매서 10억원에 팔린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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