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표정으로 소회를 밝힐 때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손을 가만히 모으다가도 팔을 넓게 펼치며 작품을 통해 한층 발전한 자신을 순수하게 설명했다. '축복'이라는 감탄을 두세 번 되뇌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청춘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연배우 박보검(23)이 그랬다. 올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얻은 박보검은 조선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에서 모티브를 딴 왕세자 이영을 연기해 이 가을 여심을 제대로 흔들었다. 소포모어(2년차 혹은 후속작) 징크스를 가볍게 날려버린 그의 매력은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에도 여전히 흘러넘쳤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묻자 박보검은 "이제 밤하늘의 달만 봐도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를 것 같다"며 "제게 축복 같은 작품"이라는 말로 각별함을 표현했다. 축복의 의미는 뭘까? 박보검은 "우선 김유정 씨는 저보다 사극 경험이 많아 극 집중도가 높고 대본도 꼼꼼히 분석하는 편인 데다 제가 놓치는 부분도 짚어주는 등 도움을 많이 줬다"며 "곽동연 씨 또한 나이를 잊을 만한 어른스러움에 목소리도 좋아 극 중에서 대화할 때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동생인데도 오히려 날 잘 챙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 지도를 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너무 감사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제가 피로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났을 때 자기 일처럼 챙겨주셨던 분장팀·촬영팀 분들도 잊을 수 없다"며 "촬영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항상 설레었던, 제게 배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선배들 앞에서 저는 티끌 같은 존재였다"고 술회했다. 이른바 '박보검 신드롬'마저 불러일으킨 작품의 원동력은 동료 선후배 연기자와 제작진에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작품을 임했던 태도와 느낌을 설명할 때에도 박보검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그가 맡았던 이영은 철없는 왕세자였다가 사대부들에게 휘둘리는 유약한 아버지, 백성,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진정한 군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극 중 이영의 대사처럼 '세상에서 가장 높고 좁은 우물'에서 왕세자로 살았던 느낌에 대해 묻자 인터뷰 내내 미소를 웃던 박보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외롭고 쓸쓸한 삶"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영이라는 친구에게 아버지, 숙의 마마, 공주를 제외하고는 궁궐 내 모두가 적이었고 의지할 사람은 장 내관과 병연이밖에 없었다"며 "외로움과 함께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 책임감도 컸다"고 설명했다.
박보검은 작품 초반 어려웠던 시기의 감정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연기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이 없고 자꾸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2011년 영화로 데뷔한 박보검이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라서 더욱 그랬을 법하다. 박보검은 "사극을 여러 차례 경험한 김유정과 함께 처음 대본 연습에 나섰을 때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며 "제작진과 계속 상의하면서 연습을 거듭해 제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노력했다"고 반추했다. 박보검은 어려움을 토로하던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고 힘내서 하라'고 응원했던 같은 소속사 선배 송중기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노력과 주변의 격려는 종영 후 그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히는 데 밑거름이 됐다.
박보검은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 더 저 자신을 많이 채찍질하게 됐다"면서 "연기적으로도, 삶을 살아
[김명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