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기독교 전통에서 비롯?…'양심·자유·책임'은 어떻게 탄생했나
↑ 사진=연합뉴스 |
서구 사회에서 '개인'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2천 년이 넘는 사상사를 통해 추적합니다.
오늘날의 서구 사회는 자유주의를 기본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자유주의가 인정하는 유일하고도 타고난 권리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양심이나 신념, 종교의 자유는 모두 개인이라는 기본 단위에 허용된 자유입니다.
저자는 자유주의 전통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쳐 가다듬어졌다는 종래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주의가 기독교의 전통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우선 중세는 신에 의해 인간의 정신이 지배된 '암흑기'이고 르네상스는 인간의 존엄성이 추구된 시기였다는 시대 구분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르네상스는 문자 그대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문화의 부활(르네상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개인의 사고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이 시대의 문화가 시민과 노예, 가족을 중요시하던 사회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사회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고 철저히 가족 중심의 사회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가부장을 중심으로 신성한 조상을 숭배하던 사회였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고대의 가족은 구성원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강하게 억압했던 하나의 교회"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이러한 가족 중심의 신념 체계에 균열을 가한 것이 바로 기독교 사상입니다.
신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믿음이 개인이라는 개념이 싹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신이 인간들을 평등한 존재로, 자유 의지를 갖춘 이성적인 행위자로 창조했다면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정신적 영역이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처음에 기독교도들에게 자기방어의 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곧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어쩌다 중세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암흑의 시대로 전락하게 됐을가.
저자는 기독교가 배양한 자유주의적인 도덕적 직관이 당시 신념을 강제하려 했던 교회의 움직임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전제적인 교회'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당시 교회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할 수 있었던 자유주의는 고대 인본주의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15세기까지 발달했던 '원조 자유주의 신념'에서 사상적 무기를 획득했
저자는 "르네상스와 그 영향이 근대 세계 도래의 시작이고 중세의 종말이라는 견해는 틀렸다"며 "15세기에 교회법 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이미 '경험'은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경험이고, 일정 범위의 기본권이 개인 행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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