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문근영이 연극 무대에 섰다. 드라마 ‘가을동화’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문근영은 ‘명성황후’와 영화 ‘어린신부’등을 통해 국민여동생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그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 ‘신데렐라 언니’ ‘청담동 앨리스’ ‘불의 여신 정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등 다수 작품을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이다.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터. 문근영이라는 이름이 가진 대중들의 기대와 작품이 가진 힘은 실로 무거웠으니 말이다.
작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의 다수 작품이 연극, 뮤지컬로 탄생됐다.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마찬가지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를 통해 접했는데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본을 읽어보니 희비극적인 요소가 많았죠. 막연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놀랐고, 원작을 살리고 싶다는 연출의 의도에 맞춰 어우러지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 사진=샘컴퍼니 |
“그래도 작품의 많은 부분 찾아서 무대에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과 호흡하다보니 우리끼리 연습했을 때와 다른 포인트를 발견하기도 해요. 매일 발견하고, 상의하고 있고 또 찾아가고 있죠.”
이렇게 쉽지 않은 무대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문근영’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택한 까닭이 궁금했다.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기회도 닿지 않았는데 상대가 박정민이라서 같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재밌을 거 같았어요. 언제 또 ‘로미엣과 줄이엣’이라는 작품 해보겠나, 해서 욕망들 때문에 선택했죠. 근데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고 나니 ‘험한 선택을 내가 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근영은 6년 전에 ‘클로저’로 무대에 올랐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마음은 어떨까.
“‘클로저’는 전혀 경험 없을 때, ‘나 무대에 오르고 싶다’라는 생각이었으면, 지금은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이 알았다는 점이죠. 얼마나 호흡을 해야 하는지, 연극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돼 무섭고 두려운 상태요. 자신감도 좀 생기고요.”
↑ 사진=샘컴퍼니 |
“무대는 경험도 없고 부족한 저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무서운 곳이잖아요. 제가 선택하고 파이팅 했는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가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몬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웃음).”
벼랑 끝에 섰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무대에 선 문근영을 보면 오히려 ‘긴장도전혀 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은 듯하다.
“제가 선택한 거니까요. 제가 벼랑 끝에 몰아놓고 살려달라고 하는 것은 웃기지 않나(웃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처음에는 정말 잘하고 싶어서 스트레스도 받고 좌절도 많이 받고 힘들었는데 문득,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온힘을 다해 한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고쳐나가고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좋은 에너지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돼 더라고요. 선배들과 작품에 대해 맞추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순간순간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아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무대는 1막과 2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1막이 배꼽을 잡을 정도로 재밌다면 2막은 눈물을 빼낼 정도로 비극적이다. 감정이며 체력이며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체력은 좋은 편인데 2시간 넘게 무대에서 가장 큰 희(喜)와 비(悲)를 그리고 또 표현하다 보니 체력과는 별개로 힘들더라고요.”
같이 호흡을 맞추는 동갑내기 박정민고의 호흡 또한 찰떡이다. 이미 구면이라는 이들은 막역해 보일 정도로 친근해보였다. 동갑이지만 한참 선배인 문근영이 바라본 박정민은 어떨까.
“박정민 연기에 자극받았어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니까. 질투도 나고요(웃음). 저에게 줄리엣을 연기하고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대본을 보니 액팅, 대사 치는 것 등 적혀있더라고요. 지문을 적은 듯. 그래서 연기가 저렇게 깔끔,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충격이었죠.”
“둘이 많이 얘기해요. 편지도 주고받기도 하고요. 베란다 장면에 대해 느낀 것 써서 주면, 답장을 주고 그런 식으로 쌓인 감정이 호흡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면서 사랑에 대한 감정 또한 바뀔 법도 하다. 모든 상황을 뛰어넘어 오직 상대방을 바라보는 이들의 대사를 읊고 감정을 연기하다보면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분별 있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의 틀을 깨고 있는 문근영. 그가 느끼는 무대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연극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요? 이 자체요. 좌절을 즐기고 있어요.(웃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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