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참마음은 허공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태양보다 밝습니다. 참마음을 깨달으면 자유와 평화, 해탈열반의 삶, 참다운 행복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정신적 지도자 진제 대종사를 제 14대 종정으로 추대하는 법회가 27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한국불교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는 추대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종단의 원로·중진 스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 타종교 대표,주한외교사절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해 진제 대종사의 종정 취임을 축하했다.
법회는 공양물을 바치는 육법공양과 자승 스님의 봉행사,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의 추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축하 메시지,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의 헌사 , 종정 법어, 축가 연주 순으로 진행됐다.
진제 스님은 수락법어에서 "부처님의 정신으로 돌아가 사회를 치유할 것"를 주문했다.
"한 생각 바로 앉아 잠깐 참선하면, 항하강 모래알(恒河沙) 숫자 만큼의 칠보탑을 조성하는 공덕보다 수승(殊勝)함이라. 보배탑은 수 천년이 흐르면 흔적없이 사라지지만, 한 생각 바른 신심은 부처님 진리를 이룸이라."
한국불교의 간화선(看話禪) 전통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한 스님은 "오매불망 간절히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삶의 본래 모습인 '참나'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법어에는 최근 한국사회의 혼란상을 염두에 둔 듯 시국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님은 "작금의 대한민국이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 속에 있다"면서 "자유와 평화는 반목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호존중과 자비연민이 실현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불교는 화쟁(和諍)정신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 할 것"이라면서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중생들과 더불어 동체대비(同體大悲·모든 중생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는 자비스러운 마음)의 대승보살도를 실첨함으로써 이 시대에 부합하는 종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종정 법어에 앞서 있었던 봉행사에서 "만물이 움트는 봄날 선지식의 상징인 진제 대종사의 추대법회를 모시게 되어 기쁘기 한이 없다"면서 "대종사의 뜻을 받들어 사회의 상처를 보듬고 부처님의 지혜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송수근 문체부 차관이 대신 읽은 축사에서 "종정예하께서는 사회가 어려울때마다 자비를 강조하셨다"면서 "스님의 가르침대로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의 시대를 여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13대 종정을 지낸 진제 스님은 지난해 12월5일 열린 종정추대회의에서 재추대됐다. 임기는 5년이다.
1934년 경남 남해 태생인 진제 스님은 1953년 해인사에서 출가했으며, 전통적 참선수행의 계승과 부흥에 앞장 선 대표적 선승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