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는 31일 일본 에이전시 메일을 인용해 "언제나 그랬듯이 금액 조건만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문학동네보다 높은 조건이 몇 곳 있었지만 문학 전문 출판사로서의 실적, 작품의 경향, (전작) '1Q84' 판매 실적 등 다양한 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문학동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어판은 번역을 거쳐 6~7월 출간 예정이다.
문학동네 염현숙 대표는 "이번 작품을 검토한 결과, 몰입도와 흥미도와 문학성에서 '1Q84' 와 비견할 만하다는 판단을 했다. '1Q84' 이후 작가가 작심하고 쓴 대작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선인세 액수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닐 서라고 생각해서 '1Q84' 의 성과와 문학동네의 강점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자료 준비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기사단장 죽이기'의 오퍼 제출 마감일은 24일이었고, 국내 판권의 향방은 1주일만에 빠르게 결정됐다. 문학동네, 민음사, 김영사, 현대문학, 인플루엔셜 등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이 일제히 판권 경쟁에 돌입했던 '기사단장 살인'의 선인세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20억원 이상의 선인세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선인세는 20억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7년전 나온 대작 '1Q84'의 경우 10억원 이상, 4년전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16억원대로 가파르게 치솟은 선인세는 이번 신작에서 2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2권 분량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제목과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이다. 30대 이혼남이 그림을 놓고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는 게 줄거리다.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주인공과 후반부에 벌어지는 모험 등, 농도 짙은 성애 묘사 등 하루키 특유의 모티브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20세기 초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 난징대학살 등 역사적 사건도 소설속에 녹여냈다.
이번 작품은 일본에서 지난 2월 24일 처음 출간됐다. 출간 당시에는 독자들의 뜨거워 100만 부로 작정했던 초판 인쇄를 130만 부로 늘리기도 했으나 난징대학살 묘사 등으로 논란이 일어나면서 한 달 사이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재는 아마존재팬의 베스트셀러 30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20~30억설'에 대해서는 거품이라는 논란도 일고
선인세로 20억원을 지급할 경우 통상적으로 작가에게 10%의 인세를 지급한다고 봤을 때, 제작비등을 감안하면 100만부 이상은 팔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하루키의 전작 '1Q84'는 약 200만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약 40만 부 가량이 팔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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