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공연장에 들어가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잠시 꺼달라는 부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이 필수품이다. 관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안내 받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오늘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음악,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른다. 이들의 선택은 실시간으로 집계되어 곧장 무대서 연주된다. 왁자한 K팝 콘서트장의 모습이 아니다. 한옥들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국악 전용 공연장, 남산국악당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국악이 고루하고 촌스럽다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신 라이프스타일과 현대적 감성을 머금은 '젊은' 국악 연주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60대 이상 관람객 비중이 높은 전통적인 정악(正樂)이나 판소리와는 달리 2030 젊은 계층과 어린이와 함께 하는 가족 단위 관객들을 겨냥한 보다 '스타일리시'한 기획 공연들이다.
19~20일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위치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첫 선을 보이는 '남산 컨템포러리-전통, 길을 묻다'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관객들 입맛에 맞춘 새로운 형식의 국악 연주회 7개로 구성된 이번 연중 기획의 첫 번째 공연은 스마트폰 문화와 국악을 결합한 공연 '아우라 텔레콤-12개월의 이야기'. 올해로 결성 17년차를 맞이한 3인조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와 작곡가 겸 미디어아티스트 최영준이 스마트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각각 1월부터 12월까지 달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작곡된 12개의 가야금 곡들은 현장 관객의 실시간 인터넷 참여를 통해 새로운 순서로 배열되고 조합된다. 그날 관객들의 선호를 반영해 완성한
12개 음악은 3대의 25현 가야금으로 연주된다. 엄숙하게 자리에 앉아 듣기만 하던 것과는 다른, 일종의 집단 창작 퍼포먼스에 가깝다.
공연기획을 담당한 남산국악당 관계자는 "전통 국악은 국립국악원, 국립창극단 등 오랜 역사를 지니는 단체에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만큼 이곳에서만큼은 재미를 우선하는 국악 공연을 다수 선보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올 한해 남산국악당에서는 현대무용, 젊은 클래식 스타들과 국악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다달이 만나볼 수 있다.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내달 2일부터 달오름극장에서 '모던 국악 기행'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실내악 공연을 선보인다. '모던'이라는 말이 전면에 쓰였듯, 전통 음악의 핵심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해 재탄생시킨 현대음악 작품들을 연주하는 기획이다. 매 공연마다 각각 다른 지역별 음악적 성격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 경기권·남도권·동부권·서도권·영남권 등으로 나뉘는 각 지역의 대표적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선보이며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내달 2일 첫 공연의 주인공은 경기 지역의 음악.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이자 대표적인 국악 작곡가 박범훈이 '경기 대풍류'와 흥겨운 당악 장단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대표작 '신내림'을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경기민요와 경기도당굿 장단을 활용한 작곡가 최지혜의 '음악으로 그린 지도'도 기대작이다.
19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세종페스티벌X서울뮤직위크'에서도 톡톡 튀는 개성의 신진 국악인들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국악 뮤지션들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온 팝, 재즈, 록, 힙합 그룹 총 55팀이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서 음악을 선보이는 만큼 스스로를 국악 문외한으로 여겼던 이들도 부담 없이 즐겨볼 기회다. 재즈와 국악의 컬래버레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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