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모 데우스'에 지식의 역설이란 표현이 나온다. 어떤 말인가?
▶우리가 지식을 쌓을수록 세계가 더 빨리 변하고, 그 변화로 우리가 세계에 대해서 더 모르는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2040~2050년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는 자녀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혼돈의 상태, 무지의 상태, 변화의 상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정보나 기술보다는 정신적 균형이나 유연성을 기르도록 하는데 더 투자 해야 하지 않을까.
- 기술의 발전이 수십억의 잉여인간 계급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핀란드 등에서 실험중인 기본소득제(재산, 소득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 제도)가 대안이 될까?
▶기본소득제는 매우 흥미롭고 잠재력도 많은 실험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AI의 파괴력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섬유산업을 자동화시키는 알고리즘이 발달한다면 AI(인공지능)가 발달한 한국 미국 등은 부자가 되겠지만 싼 노동력에 의지하는 과테말라, 베트남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문제는 핀란드 국민이 세금을 더 거둬서 방글라데시의 수백만의 사람을 돕는데 합의를 할 것인가다.
- 성취를 할 때 느끼는 작은 보람이 행복인데, 기술의 끝없는 발전 속에 인간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행복은 인류가 한번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역사상 계속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그 힘을 행복으로 어떻게 바꿀지 답을 찾지 못했다. AI가 인류의 복잡한 문제를 풀고 암도 치료해주겠지만 인간의 행복은 보장되지 않는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다.
- 책에서 방대한 식견을 보여주는데 독서법이 궁금하다. 또한 명상은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나 또한 전공인 중세 전쟁사를 매우 깊이 공부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어떻게 지배적 체제가 되었나''인류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책을 읽어야 했다. 이런 접근법도 위험이 있다. 잘못하면 정보의 바다에 빠져 익사해버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위빠사나 명상을 하는 이유다. 명상을 통해서 얻은 집중과 정신적 균형이 없다면 '호모 데우스' 같은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포유류는 의식과 지능을 문제해결에 같이 사용하지만 AI는 감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로봇과 전쟁을 할거라는 SF영화 속 상상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가능성이 있다. 공장노동자 택시운전사 통역가 기자의 직업을 AI가 대신하기 위해선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수십억명이 일자리를 잃고 정치력을 잃게 될 수 있다.
- 종교라는 건 용도폐기된 사상인데도, 왜 테러리즘을 일으키는가.
▶사실 미국 영국 한국 중국에선 테러보다는 땅콩알러지로 죽는 사람이 더 많고 욕조에서 익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다. 테러리스트는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해가 되는지 잘 아는 이들이다. 파리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면 코끼리의 귀에 들어가면 된다. 이게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테러리스트라는 파리가 미국이라는 코끼리를 미쳐 날뛰게 하면서 중동을 파괴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에게 포로로 잡혀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해방시켜야한다.
- 이스라엘과 관련된 국내외 정치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민족의 신화나 종교를 믿는 이들은 과학자, 학자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귀머거리처럼 행동한다. 유태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영원불멸의 수도다. 과학자에게 이것은 난센스다. 인류는 20만 년 전 등장했고 유대민족은 3000년의 역사밖에 갖고 있지 않다. 예루살렘이 20만 년 후에도 존재할거라고 믿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 4차 산업혁명이란 말에는 실체가 있나?
▶ AI와 생명공학이 합쳐지면 세계 경제 전반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다. 4차 산업혁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21세기 우리가 처한 큰 위험은 더이상 자본가나 시장경제가 대중을 위할 이유나 동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독재자도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교육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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