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로 전하는 공포, 영화 <장산범>
↑ 장산범 포스터 / 사진=NEW제공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한 적이 있는가?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장산범>은 누군가를 미치게 그리워하고, 미안해 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공포를 선사한다.
주인공 희연(염정아)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다 안정을 위해 장산으로 이사를 온다. 그녀의 마음 속엔 항상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있다.
↑ 장산범 스틸컷 / 사진=NEW제공 |
이사 온 날, 이런 희연에게 수상한 소녀(신린아)가 찾아온다. 그녀는 아이를 집에 머물게 한다. 주변 사람들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소녀. 하지만 잃어버린 아들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를 보며 희연은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들이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듣고,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 흔들리는 사람의 감정을 통해 공포를 만들어 낸다. 보고싶은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이 목소리를 다시는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위험에 빠트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공포스런 때는 보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 여럿이 동시에 들리는데, 그 중에서 진짜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중 어느 목소리를 믿어야 하는지 모를 때 공포를 넘어 슬픔까지 밀려온다. 감독은 이런 공허함 중에 허를 찌르는 시각적 요소들을 등장시키며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 장산범 스틸컷 / 사진=NEW제공 |
염정아의 연기는 아들에 대한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공포를 배가시킨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비밀스러운 소녀인 아역 신린아의 연기 또한 염정아의 감정선을 탄탄히 뒷받침한다.
아쉬운 점은 누군가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는 독특한 설정은 좋지만 기존의 공포영화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허정 감독의 이전 작품 <숨바꼭질>을 본 사람이라면 공포를 주는 비
소중한 누군가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을 그리워할 때가 오기 전에 지금 먼저 다가서는 게 어떨까.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순간 누군가가 그 목소리를 흉내 내 당신을 위험에 빠트릴 지도 모르니까. 오는 8월 17일 개봉.
[구예지 MBN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