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다보성갤러리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광복 72주년을 맞아 개막한 특별전에서 평상복 차림의 '전(傳) 명성황후 초상'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명성황후의 초상화와 사진으로 확정된 작품은 한 점도 없는 상황이다.
이날 공개된 초상화는 세로 66.5㎝, 가로 48.5㎝ 크기로, 두건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양식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족자 뒷면에는 '부인초상'(婦人肖像)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적혀 있다. 갤러리는 적외선 촬영 결과 '부인' 글자 위에 '민씨'(閔氏)라는 글씨가 있었으나 나중에 훼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다보성갤러리가 적외선 촬영 결과 드러났다고 주장한 `민씨` 부분 [사진제공 = 다보성갤러리]
또 갤러리는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한 신발이 고급 가죽신일뿐만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독립정신'의 명성황후 추정 사진과 용모·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명성황후의 초상화가 맞다고 주장했다. 다만 왕비가 평상복을 입어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고리와 치마에 무늬가 있어서 평민이 입던 옷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의 의견은 이 초상화의 인물을 명성황후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 단서가 없다는 쪽이다. 미술을 전공한 한 교수는 실물을 보지 못해 정확한 감정은 어렵지만 "한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을 보면 화가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보고 얼굴과 두건만 베껴 그린 뒤
옷과 의자는 꾸며서 그린 것 같다"며 "초상화의 얼굴 모양도 일본인과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근대사 분야의 또 다른 교수도 명성황후의 초상화가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옷차림이나 용모를 보면 왕비의 초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