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 31호 경주 첨성대가 두 차례의 강진을 이겨냈다. 7세기에 만들어진 첨성대가 5.8과 5.4 강진에서도 버틸수 있었던 것은 신라인이 설계한 내진 기능때문이다.
첨성대는 지난해 규모 5.8을 기록한 경주 강진 당시 흔들리는 듯한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역대 2위 규모라는 이번 포항 지진에도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지는 첨성대는 석재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구조물로 높이는 9.07m, 기단 면적은 28.35㎡이다. 지대석 위에 기단부를 조성하고 원통형으로 27단을 쌓은 뒤 정자석(井字石) 2단을 올린 형태로, 13∼15단에는 남쪽으로 작은 출입구가 나 있다.
길쭉한 모양 탓에 강한 진동이 오면 금세 무너질 듯한 인상을 주지만, 첨성대는 14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뚝심 있는 문화재다.
이처럼 첨성대가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무엇보다 낮은 무게중심이 꼽힌다.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길고, 12단까지는 안쪽에 자갈과 흙이 채워져 있어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옆에서 밀어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는 오뚝이처럼 진동을 잘 견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16일 "무게중심을 낮추는 이론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초고층 건물인 둥팡밍주(東方明珠) 등에도 활용된다"며 "많은 석조 건축물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는 이유도 무게중심을 하부에 둔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19∼20단과 25∼26단 내부에 있는 정자석도 첨성대가 지진 같은 진동에 강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첨성대의 단면이 원형이고, 석재를 접착시키지 않고 엇갈려 쌓은 것도 지진에 버티는 이유로 평가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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