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미국 작가 티파니 청은 지난해 대형 세계 지도(140x350cm)에 자수를 놓았다. 수많은 분홍색·주황색 실선들이 베트남에서 미국, 유럽, 호주 등으로 이어진다. 전쟁 후 생존을 위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베트남인들의 이주 경로 좌표다. 냉전 이후 지정학 및 강제 이주에 천착하는 그의 작품 '베트남 대이주 프로젝트'가 올해 광주비엔날레(9월 7일~11월 11일)에서 전시된다. 이번에 큐레이터를 맡은 그리티야 가위웡 짐톰슨아트센터 예술감독이 구성한 전시관에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티파니 청을 비롯해 40개국 작가 153명이 참여한다. 유럽 중심에서 탈피해 아시아 등 비서구권 작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주제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에 맞춰 큐레이터 11명이 꾸민 7개 섹션 전시관에서 역량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 큐레이터 11명 중 클라라 킴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큐레이터, 그리티야 가위웡, 크리스틴 Y. 김 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리타 곤잘레스 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데이비드 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구성하는 4개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이완 쿤 홍콩대 교수, 김만석 독립큐레이터 겸 공간 힘 아키비스트·김성우 아마도예술공간 큐레이터·백종옥 립큐레이터 겸 미술생태연구소장,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맡은 3개 섹션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열린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미와 중동 등 제3세계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며 "오늘 발표하는 153명은 전체 참여 작가의 80% 규모이며 앞으로 더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독창적인 작품으로 화제가 된 제3세계권 작가들로는 1992년 쿠바 하바나에서 결성된 작가 집단인 로스 카핀테로스, 벨기에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활동하면서 라틴아메리카 근대화가 야기한 모순과 불안에 천착한 프란시스 알리스,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첫 쿠웨이트 파빌리온을 기획한 큐레이터 겸 작가인 알라 유니스 등을 들 수 있다. 유니스가 클라라 킴 섹션에서 선보이는 조형 작품 '더 위대한 바그다드를 위한 계획'은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딴 체육관 역사를 서술하면서 이라크의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건축가들이 정부를 위해 세운 기념비의 궤적을 돌아본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페미니즘적 맥락이 추가되면서 남성 중심 건축 및 역사에서 탈피해 여성 건축가들이 바그다드 역사에 기여한 면을 시각화할 예정이다.
아시아권 참여 작가들의 면모도 두드러진다. 태국 출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04년 칸영화제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했다. 호 추 니엔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관 대표작가로 선발된 작가다. 아시아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인도 출신 실파 굽타, 베트남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딘 Q. 르, 여성·이주·노동 등 사회 이슈에 천착해온 대만 출신 슈 리 칭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일본 팝아트 선구자 나라 요시토모도 국내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사상 가장 많은 한국 작가 43명도 포진해 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천착한다. 박화연 작가는 신군부의 탄압에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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