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 이젠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 해"
1999년 타이거 JK(서정권·44)가 드렁큰 타이거로 데뷔하며 들고나온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의 가사다. 한국에 힙합 음악이 뿌리 내리지 못했던 20여년 전. 그는 그렇게 도발적인 이야기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22일 서울시 마포구 롯데호텔L7에서 만난 타이거 JK에게 '이제 가요계에 음악 같은 음악이 좀 많이 생긴 것 같냐'고 물었다.
"그때도 가요계에 일침을 가하자는 건 아니었어요. 한국에는 음악 같은 음악이 정말 많죠. 그 이야기는 해당 앨범이 나오기 전 제가 만난 음반 제작자들에 대한 불만이었어요. 대형 기획사에 끌려갔거든요. 전문가 같이 생긴 분들이 '서봐' '돌아봐' '점프해봐'라고 요구하더라고요. 랩을 보여줬더니 당시 한국 그룹들의 랩을 틀어주면서 '이런 노래를 해야 한다'고 훈계하셨고요. '네가 한국에서 랩을 하려면 가사는 내가 써야한다' '옷을 벗어봐라'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곡이 나온 거예요."
타이거JK는 처음부터 한국적 힙합을 해왔다.아버지가 어린 타이거JK에게 들려줬던 신중현, 바니걸스, 조용필의 영향이라고 했다. 옛 가요들을 접목한 랩송을 만들어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서 '뽕짝스럽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서구 힙합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한국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K힙합 대신 'K합'의 붐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제 노래를 듣고 K팝에 빠졌다는 해외 분들이 많아요. 저나 윤미래(가수·타이거JK의 부인)나 영어 노래가 많으니까요. 이제 K합 무브먼트를 새로 만들고자 합니다. K힙합은 본토에서 나온 걸 흉내내는 것 같죠. K합은 우리가 진짜 만들어낸 노래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그는 한국 힙합의 대부로 군림했다. '난 널 원해' '리쿼샷(Liquor Shots)' '고집쟁이'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다. 여러 힙합 아티스트가 가요계에 자리잡을 수 있는 가교 역할도 해왔다. 현세대 힙합 대표주자 도끼(이준경)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의 자작곡 '다이 레전드2'를 2009년 드렁큰 타이거 앨범에 실었다. 도끼가 겨우 19살 때 일이다. 도끼는 이달 발매된 드렁큰 타이거 10집 앨범 수록곡 '이름만대면' 가사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장례비를 다 내준" 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도끼를 13살 때 알았는데요. 힙합 좋아하는 꼬마로 워낙 유명했어요. 당시 유일하게 힙합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꼬마였죠. 워낙 밝은 모습이라 몰랐는데 어렵게 살고 있었더라고요.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했는데요. 그때는 제가 행사로 돈을 많이 벌어서 '뭘 빌리냐'며 그냥 줬어요."
신보 '드렁큰 타이거X'는 드렁큰 타이거 이름으로 내는 마지막 음반이다. MC 메타, 비지, 주노플로, 윤미래 등 다양한 동료 가수가 목소리를 실어 존경을 표했다. 그 중 방탄소년단 리더 RM과 함께부른 '타임리스(Timeless)'는 아이튠즈 18개국 차트 1위와 미국 아이튠즈 힙합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가수들에게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트래비스 스캇이랑 드레이크 이름 위에 뜬금 없는 이름이 올라가니깐 되게 크게 다가갔나봐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힘을 실감합니다. 트위터 메시지가 하루에 5000개씩 들어오니깐 무섭기도 하고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지난 5년 동안 방황기를 겼었다. 현실이 싫어서 '폐인'처럼 살다가 최근에서야 정신을 다잡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엔 음악만 하느라 몰랐던 음반의 유통과 홍보도 이제서야 배우고 있다.
"음악 방송에 나가면 대기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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