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아쉬운 영화... 초반 긴장감 이어갔더라면...
↑ 영화 '사바하' 박목사(이정재 분)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 마태복음 2장 16절
마태복음 2장 16절에서 영화의 물음은 시작된다. 신은 존재하는가. 전지전능의 신이 있다면 이 세상의 악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왜 헤롯이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도 신은 가만히 있었을까.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하고 있다. 앞서 장재현 감독은 “나는 유신론자다. 절대자가 선하다고 믿는데 가끔 세상을 보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서 좀 슬프다”며 “의심보다는 원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박 목사(이정재 분)는 끊임없이 되묻는다. “주여 어디 계시나이까?”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진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생각해 볼 지점이다.
↑ 영화 '사바하' 금화(이재인 분) /사진=CJ엔터테인먼트 |
“그것이 태어나버렸다”
금화(이재인 분)의 내레이션과 염소 울음소리로 영화는 시작한다. 웅장한 사운드가 영화관을 감싼다. 음산한 기운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과연 그때 죽었어야 할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금화의 다리를 물었다. ‘그것’이 태어나고 아빠는 자살한다. '그것'의 피 묻은 손과 몸에 털이 가득한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예사롭지 않다. 관객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작 '검은 사제들' 이후 장 감독은 불교 관련 서적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독교와 불교가 비슷하면서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기독교는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한다. 하지만 불교는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늘 변한다.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게 합쳐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바하'는 탄생했다.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들과 사건을 마주하며 겪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해석한 불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 영화 '사바하' 황반장(정진영 분)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장 감독은 이번 작품은 서사가 캐릭터를 끌고 간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캐릭터가 무의미하게 소비됐다. 형사 황 반장 역할을 한 배우 정진영이 가장 아쉽다. 장 감독은 황 반장 역할을 두고 “밀도 있는 역할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황 반장이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 사슴동산과 관련한 미스터리는 박 목사가 캐내고 사건의 비밀을 알게 된 황 반장은 그저 허탈해하기만 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체포 직전 자살을 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놓치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흰 눈으로 뒤덮인 산 속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하는 인물에 잔뜩 기대했다만, 그다지 놀랍지 않다. 결국 '악'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도 아쉽다.
↑ 영화 '사바하' 나한(박정민 분) /사진=CJ엔터테인먼트 |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장 감독은 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서사가 캐릭터를 끌고 가기엔 캐릭터가 각각 개성이 넘치고 강렬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는 엉성하고 지루했다. 12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긴장을 지속하기엔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초반부의 긴장감은 칭찬할 만하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 나한(박정민 분)이라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사슴동산의 정체까지. 동물적 요소를 적당히 활용하고 괴기스러운 사운드가 영화관을 압도할 때도 좋았다. 영화는 20일 개봉.
↑ 영화 '사바하' /사진=CJ엔터테인먼트 |
[MBN뉴스센터 임하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