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 공연에는 총 10만여 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9일 일본 오리콘에 따르면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오리콘 주간 싱글(1~3곡이 수록된 음반)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3일 발매된 '라이트/보이 위드 러브(Light/Boy With Luv)'가 총 62만1000여 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해외 아티스트 싱글 첫 주 발매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번 싱글엔 희망을 주는 신곡 '라이츠(Lights)'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아이돌(Idol)'의 일본어 버전이 수록돼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자국 기업의 한국 수출규제 계획을 발표한 뒤 반한 감정이 커질 만한 분위기인데도 K팝 붐에는 큰 영향이 없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방탄소년단이 지난 6·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개최한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도 10만여 명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는 과거 양국 간 정치 마찰이 한류 침체로 이어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방문한 이후 혐한 기류가 강해져 한동안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금지되는 등 일본 내 K팝이 위축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 청년층은 정치 이슈와 콘텐츠 소비를 연결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도 극우세력이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를 비난하고, 혐한 기류를 조성해보려 했지만, 두 팀의 인기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일본 내 한류 소비 양상이 변한 이유는 한층 강해진 K팝의 파급력에서 찾을 수 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K팝이 하나의 콘텐츠로서 갖는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혐한의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며 "K팝과 일본 미디어 간 비즈니스 관계도 예전보다 훨씬 공고해진 상황인 데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현지 매체에서도 직접적인 공격을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20~30대가 K팝을 유년기부터 받아들인 것이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 부모가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며 "태어날 때부터 한류가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초등학교 때쯤 카라와 소녀시대를 봤으며, 고등학교 때는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문화강국으로서 한국의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존재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화콘텐츠를 소비할 때 해당 콘텐츠가 만들어진 국가의 위상에 대한 판단이 들어간다"며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한일 양국 외교와 상관없이 받아들이게 된다"고 평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태어난 사토리 세대가 정치 이슈에 이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영향도 있다. 남 교수는 "일본 한류 거리에는 요즘에도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청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과 쇼핑을 즐긴다고 한다"고 했다.
다만, 문화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전체 산업으로 폭을 넓힐 것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SM, YG, JYP 등 빅3 엔터테인먼트의 주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