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모랜드 `뿜뿜`(왼쪽부터), 티아라 `롤리폴리`, EXID `위아래`는 모두 신사동 호랭이가 작곡한 노래다. |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살롱 드 뮤지코인'에서 열린 살롱데이트에서 만난 그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뮤지코인은 그의 히트곡 저작권을 사간 '저작권료 공유 기업'이다. 이 회사는 그렇게 매입한 저작권(일반적으로 창작자마다 개별곡에 있는 저작권의 50~60%를 뮤지코인에 넘긴다고 한다)을 주식처럼 잘게 쪼개 회원들에게 경매에 부친다. 창작자는 평생 자신이 연금처럼 받을 저작권료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받아가고, 뮤지코인 회원은 낙찰받은 저작권이 전체 저작권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저작권료를 다달이 정산받는다. 이날 데이트에는 신사동 호랭이 저작권의 주인이 된 회원을 비롯한 팬들이 40여 명 참여했다.
회원들은 자신이 투자자로 지분을 갖게 된 노래의 탄생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히트곡의 영감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 질문에 신사동 호랭이는 "영감은 쥐어짜야 나오는 것"이라며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는 생활 패턴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신사동 호랭이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로 장내에는 약 두 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제공=뮤지코인 |
◆어그로를 끄는 노래 만들고 싶다
-비슷한 시기에 유명세를 탄 여러 작곡가들은 요즘 히트곡이 뜸한데요. 신사동 호랭이만큼은 모모랜드 '뿜뿜'이나 '뱀(Baam)' 같은 노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뿜뿜'은 모모랜드에게 지금의 인기를 가져다준 곡이기도 하고요. 근데 처음 곡을 받고 난 후 멤버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고 하던데요.
"싫어할 줄 알았어요. 저는 걸그룹 전문 프로듀서라서 녹음실 들어갈 때 느껴지는 기운으로 애들 기분 알아요. 들어가자마자 '미안하다'고 했죠. '멋있는 음악하고 싶을 텐데 미안하다. 근데 진짜 믿고 한번 해보라'고 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두 명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뿜뿜'은 흔히 '뽕끼'라고 하는 요소가 어느 걸그룹 노래보다도 강렬해서 시선을 확 끄는데요.
"'어그로'(도발한다는 뜻의 속어)를 끌고 싶었어요. 작곡 시작하기 전에 이 친구들 무대 다 찾아봤는데 가사가 존댓말이거나, 또 순수하고, 청순하고, 옷은 다 공주님이더라고요. 제 기준에선 정말 못된 걸 한번 입혀봐야 하는데 어떻게 입혀야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신사동 호랭이 노래는 시작 부분만 들어도 무슨 노래인지 알아채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노래 만들 때 제일 시간 많이 들이는 부분이 도입부거든요."
◆영감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쥐어짜내는 것
-히트 작곡가가 되기 전에 남는 기억이 있나요.
"저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 월급을 봉투로 받았어요. 38만원 들어 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제 월급은 회사에서 잡비 처리돼 있더군요. 막내로서 다른 사람들 식사 준비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과일 다르게 세팅하는 일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재밌는 기억인데요, 당시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같은 걸로 도망가려고 했어요."
-작곡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영감은 진짜 쥐어짜야 나와요.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 패턴을 만들었어요.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서 여덟 시까지 무조건 작업실에 가요. 그래서 작업을 밤까지 쭉 해요. 여섯 시 일곱 시가 되면 친구들이랑 놀 때도 있지만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셔요. 어린 나이에 이름을 알리다 보니까 천재로 본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제로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누우면 바로 잠에 들어서 잠이 남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렇게 남들보다 깨어 있는 시간도 길고요."
-술을 안 마시는데 친구들과는 뭘 하시나요.
"제일 허망할 때가 금요일 여섯 시 이후예요. 저한테 전화를 해봤자 안 나올 걸 아니깐 아예 안 불러요."
◆평범한 회사원 같은 생활…출근은 8시까지,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셔
-히트곡 메이커 신사동 호랭이는 어떤 노래를 듣는지 궁금해요.
"제 플레이리스트엔 중고등학교 때 들었던 가요만 있어요. 영턱스클럽 '정' 같은 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노래가 원래 리스너로서도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예요. 음악하는 사람 중에 무작정 남들과 다르게 가려고만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구성도 다르게 가려고 하고, 어렵게 만들려고 하고. 물론 그 안에 명확한 자기 주장이 있고, 또 그걸 풀어낼 능력이 있으면 그렇게 가도 돼요. 그런데 단지 남과 다르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렇게 가선 안 돼요. 음악은 선을 나누면 안 돼요. 이건 상업이고, 이건 예술이고 그런 게 없어요."
-악성 댓글을 본 후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극복이 안 돼요. 가수보다 제 욕이 더 많아요. 댓글에 제 욕이 많이 달려요. 7년 전부터 노래가 너무 똑같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악플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익숙해지지도 않고요. 옛날엔 핸드폰을 꺼두고 사파리(웹 브라우저)를 지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공동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동생들이 악플 이야기할 때 의연한 모습을 억지로 보여주거든요. 멘탈이 흔들리지 않은 척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괜찮아지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 살롱데이트를 비롯해 설렘데이트, 주주총회 등 창작자와 팬을 이어주는 뮤지코인 행사는 매달 `살롱 드 뮤지코인`에서 열리고 있다. 응모는 뮤지코인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사진=뮤지코인 |
어떤 노래를 만드냐는 질문에 그는 "찾아주는 노래"라고 답했다. "의뢰받으면 그 가수에게 맞게 만들어주고 어떻게든 팔아먹는다"고 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