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대해 "(언어의) 경계가 다 깨져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봉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하나하나 발표될 때마다 짜릿한 순간이었다"며 "처음 영화를 만들 때는 이런 순간까지 닥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흥분되고 기뻤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기생충' 인기 요인에 대해 "살면서 주변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많이 본다. 일상적, 체험적으로 알 수 있는 영역이라 친근하다. 그동안 부자와 가난한 자를 다룬 영화와 TV 시리즈가 많았다"면서도 "스토리나 표현 방식이 새로워서인 것 같다. 스토리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당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그 경계가 이미 다 깨져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아시아 영화, 한국 영화가 이렇게 많이 후보에 오르고 박스오피스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상태에서 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고 웃었습니다.
'기생충'이 언어 장벽을 낮췄다고 묻는 말에는 "장벽을 없애는데 공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 전체가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느낌이라서 우리 영화가 그런 흐름의 혜택을 본 것 같기도 하다"며 "'시네마'라는 하나의 언어 속에서 그런 장벽이 천천히 극복될 것이라 기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봉 감독은 데드라인과 인터뷰에서는 후보 지명에 대해 "'인셉션' 같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생충'의 TV 시리즈 제작 결정에 대한 소감도 밝혔습니다. '기생충'은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 감독이 제작에 참여합니다.
봉 감독은 "애덤 매케이의 '빅 쇼트'를 좋아한다. 그의 유머와 현재 미국 정치에 대해 전달하는 날카로운 풍자를 사랑한다"며 "'기생충'의 각본을 쓰면서 두시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에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상영 시간이 더 길었다면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애덤과도 곧 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