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민호 감독은 30대 내내 백수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소설과 영화를 접하며 세계관을 넓혀갔다고 했다. [사진 제공 = 쇼박스] |
50대를 목전에 둔 우민호는 이제 관객들이 '믿고 보는' 연출자가 됐다.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 7일째인 28일 341만 관객을 넘으면서 손익분기점 500만명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역의 이병헌,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분한 이성민, 경호실장 차지철을 연기한 이희준까지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한국형 '대부'를 표방한 누아르 스타일의 연출도 칠흑 같이 어두웠던 시대상과 잘 어우러졌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 조직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바를 묵묵히 수행하다가 돌연 배신감을 느끼는 김 부장은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선우와 닮아 있다. [사진 제공 = 쇼박스] |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멘탈을 관리하고, 작품 세계의 토양을 다졌다. 소설가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작가 존 르카레, '핏빛 자오선'을 쓴 코맥 매카시, '로드 짐'의 조세프 콘래드, 감독 중에는 장 피에르 멜빌, 마틴 스코세이지,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다독에 집착하기 보다는 한 작품을 반복적으로 보며 깊이 읽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같은 작품이라도 20대, 30대, 40대에 감상할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극장에서만 900만명 넘게 본 '내부자들'과 이번 '남산의 부장들', 그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두 작품은 모두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충무로엔 여전히 영화 자체가 원작인 작품에 더 높은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는 훌륭한 논픽션과 소설, 만화를 리메이크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산의 부장들'이 역사 속에 갇혀 있길 바라지 않았어요. '영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적인 확장성'을 갖게 되길 원했죠. 우리가 역사책만 봤을 땐 그냥 지나쳤던 인물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길 기대했습니다."
↑ 우민호 감독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주말의 명화`를 보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사진 제공 = 쇼박스] |
"우리가 직장이 아니라 친구들끼리도 이런 갈등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둘이서 친하다가 갑자기 셋이 되면 관계의 균형이 어긋나게 되잖아요. '두 사람이 나만 빼놓고 노는 것 같네' '나보다 쟤랑 더 친해져버린 것 같네' 라는 식으로요. 결국 10·26도 인간 간의 갈등, 오해, 배신에서 비롯됐다는 거죠."
40대가 된 이후에도 그의 연출력은 꾸준히 향상돼 왔다. '간첩'(2012)에서 '내부자들'(2015)로 오는 동안 비약적 발전이 있었고, '마약왕'(2018)에서 보였던 약점을 이번 '남산의 부장들'에서 극복한 것이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영화가 흥행하든 안 되든, 전작에 머무르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대답했다.
"제가 상업영화를 시작하는 데 10년이 걸리긴 했지만 그 이후엔 운이 좋게도 영화를 계속해서 찍을 수 있었거든요. 영화를 찍는 동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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