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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작품 만나러 가자, '예술의 섬' 제주

이상주 기자l기사입력 2021-09-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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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는 인구 5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입니다.

수도 파리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평범한 곳이지만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파리 일정을 줄여서라도 이곳을 찾습니다. 교통도 좋지 않은 작은 마을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바로 모네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1840년 11월 14일 태어난 모네는 1883년부터 1926년 12월 5일 사망할 때까지 생의 마지막을 지베르니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 그린 250여 점의 '수련' 시리즈를 보려고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겁니다.

예술은 이처럼 시대와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힘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제주도를 찾는 이유도 지베르니와 다르지 않습니다. 가을의 제주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예술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이네!' 빛으로 보는 전시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평면 프레임에 조용히 고정된 그림을 다중 채널의 스크린 및 영화 품질의 서라운드 사운드와 결합시켜, 관객의 공감각을 자극합니다.

몇 해 전부터 유행했지만 제주 빛의 벙커는 몰입 감이 다릅니다.

옛 국가기관 통신시설로 오랜 시간 숨겨졌던 제주 성산 소재의 비밀 벙커인데 미로와 같은 진입로를 지나면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5.5m의 내부가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2018년 11월 '클림트' 전으로 개관한 이곳은 2019년 12월 '반 고흐' 전에 이어 내년 2월까지 '모네, 르누아르, 샤갈' 등 지중해의 화가들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인상주의 창시자 모네가 오랫동안 머물며 화폭에 담은 지중해 항구 앙티브의 바다가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르누아르가 묘사한, 식물과 풍성한 나체 여인이 있는 프로방스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인상주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색채감 가득한 곡과 만나 몰입 감을 극대화합니다.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등 20세기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500여 점의 작품이 35분간 이어지는데 마치 불멍이나 물멍을 하듯 전시장 기둥에 기대 몇 시간씩 작품을 보는 관람객이 더 많습니다.



'시청각은 기본, 향까지 느끼자'

서쪽 애월에는 과거 스피커 제조공장이었던 부지 1,400평을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바꾼 아르떼 뮤지엄이 있습니다.

코엑스 WAVE 작품으로 유명한 세계 수준의 실감콘텐츠 제작기업 디스트릭트가 '빛과 소리가 만든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총 10개의 전시 공간을 선보입니다.



먼저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벽면과 바닥을 포함해 사방에서 흩날리는 꽃잎이 반겨주는데 꽃이 피어나고 바람에 날리며 향긋한 꽃냄새까지 후각을 자극합니다.

WATERFALL(폭포) 전시관에 들어서면 8m 높이에서 쏟아지는 웅장한 미디어 폭포가 14각 거울을 통해 무한히 확장됩니다. 또 온전히 파도의 물성과 소리로 채워진 공간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 현실 해변과 밀려드는 초대형 파도를 체험하는 BEACH(비치).



유리벽에 갇혀 있지만 확장된 공간으로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파도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WAVE(파도)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선과 면으로 창조한 공간감과 기하학적 움직임으로 관람객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하는 신비한 공간 WORMHOLE(웜홀) 등입니다.

또 GARDEN(가든)은 기획 전시 공간으로 가로 50m, 세로 25m, 높이 8m로 압도적인 규모로 서양미술사를 소재로 한 약 30분가량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쇼가 진행되는데 평면 프레임에 조용히 고정된 그림을 다중 채널의 스크린 및 영화 품질의 서라운드 사운드와 결합시켜 작품 몰입과 감동을 극대화합니다.



'물방울에 담긴 예술 혼'

'웃뜨르'라는 말은 위쪽 들녘이라는 뜻이 있는 제주 방언으로 해발 100m에서 400m 사이의 중산간 마을을 통틀어 웃뜨르라고 부릅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정겨운 마을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역시 웃뜨르 중 하나입니다. 저지리에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지구'가 있는데 여기에서 세계적인 화가 김창열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장의 고향은 평안남도 맹산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1년 6개월 정도 제주에서 머물며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물방울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은 1972년 전까지 미국과 파리를 전전하면서 서양미술의 다양한 사조들을 실험하는 무명의 청년화가였습니다. 어느 날 캔버스 뒤에 맺힌 영롱한 물방울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후 그의 대표작이 됐습니다.

사실적인 눈속임기법(트롱플뢰유, trompe-l’œil)이라는 서양의 화법으로 동양적 정신세계를 부각시키는 그의 예술세계는 서양 사람들을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물방울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자체나 색점, 색면 등에 채워 넣은 물방울은 동양의 '무아' 또는 '자아소멸'의 경지로 실재와 환영. 존재와 비존재, 생과 사, 순간과 영원의 의미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물방울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부산·대전시립,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보스턴 현대미술관, 캐나다 뮈니팩 갤러리, 스페인 풀라시오 스템플리, 일본 도쿄도 미술관, 네덜란드 보이만 미술관, 독일 쾰른 아시아갤러리 등 세계 여러 곳에 소장돼 있지만, 제주에서 만나는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김창열 미술관 자체가 물방울이란 매개를 통해 곶자왈에 분출한 화산섬을 표현한 기증 작품에 최적화된 형태기 때문입니다.

또 빛·바람 등의 자연을 실내로 유입하는 통로인 회랑, 김 화백의 회귀(回歸) 철학을 친환경 디자인으로 미술관 중심공간에 승화시킨 '광정' 등 건축물로서도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주팁>
제주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관광정보 포털 사이트 ‘비짓제주(visitjeju.net)’에서 찾아볼 수 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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