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운전 조작 미숙에 의한 사고로 판단’
지난 3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가해 운전자 60대 차모 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주변 CCTV, 블랙박스 영상 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의자의 운전 조작 미숙에 의한 사고로 판단했다”고 설명한 가운데, 차 씨는 여전히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2 사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노령 운전자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지금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고령운전자 적성검사를 실질적으로 더 강화하고, 70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 의무화, 비상자동제동장치의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반대 여론도 있다. 나이가 76~80세여도 60대 전후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가진 고령자도 있고, 반대로 나이가 50대여도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3 최근 ‘급발진 의심’ 교통사고의 발생에 뜻밖의 ‘호황’을 누리는 업계가 있다. 바로 블랙박스 업계다. 특히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문의와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발진 증명을 운전자가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기계 동력, 전자 장치 등 수많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이해와 자료 부족 없이는 불가능하다. 해서 마지막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페달 블랙박스다. 급발진 시 운전자의 발이 정확하게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중 어느 것을 밟고 있었는지를 밝혀주는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블랙박스 업체의 온라인사이트에는 주간 인기상품으로 페달 블랙박스가 1, 2위에 올라있고 판매량 역시 300% 증가했다고 한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시청역 역주행 사고 직전 관심도 지수가 0이던 것에서 ‘페달 블랙박스’ 사고 당일 7월 1일부터 5일 동안 급증했다. 많은 운전자들이 혹시 모르는 사고에 자구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1886년 가솔린 자동차 발명 이후 자동차는 진화했다. 자동차 역사는 150여 년에 달하지만, 100년 동안은 거의 급발진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1980년대 전자식 연료 분사장치를 적용하고 자동차에 각종 센서와 전자장비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다. 자동차에 장착된 각종 센서와 컴퓨터 장치에서 오작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초창기 자동차는 차를 움직이는 엔진, 방향을 조정하는 조향장치, 차를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뿐이었다. 하지만 150년의 시간 동안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기계동력 장치에서 벗어나 고도의 전자제품, 반도체 기기로 발전했다. 보통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2만 5,000개에서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는 1만 5,000개, 수소차는 2만 3,000개에 달한다. 이 중 자동차 전기, 전자 제품인 이른바 ‘전장 부품’의 비중은 점점 높아져 지금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자율주행능력을 향상시킨 자동차에는 더 많은 전자와 반도체 제품이 쓰인다.
이처럼 자동차에 수많은 전기, 전자제품이 쓰이면서 자동차의 디지털화는 장점과 함께 많은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점이 묘하다. 거의 대부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이라는 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동차 급발진’, 혹은 ‘차량 돌진’이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로 인한 급발진 가능성을 부인한다. 자동차에는 약 200~400여 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 반도체들은 자동차의 센서, 엔진, 제동장치, 구동장치, 연료분사 등등에 핵심부품으로 쓰인다.
그래서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용 반도체에 비해 많은 조건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거쳐야 한다. 즉 15년 이상의 수명이 보장되어야 하고, 영하 40도~영상 155도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습도는 0~100%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제품이 열과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그 조건을 강화했는데, 가정이나 일반기기용 반도체와 비교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일반용 반도체는 1~5년의 수명, 0~영상 40도의 작동 가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반도체의 수가 현재 자동차에 약 300개 정도 쓰이는데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차에는 약 2,000개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해서 전문가들은 여름과 겨울철에 특히 자동차 이상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름철은 비가 내려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동차를 오래 주차할 경우, 겨울철은 추운 날씨로 인한 전자장비의 손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전자 장치는 거의 실내, 차 밑, 엔진 등에 많이 장착되어 있어 습기에 의한 전자제품 영향이나 부식의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접수된 급발진 신고 236건 중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2017년 58건, 2018년 39건, 2019년 33건, 2020년 25건, 2021년 39건, 2022년 15건, 2023년 24건, 2024년은 6월까지 3건이었다. 평균 매년 30건 정도가 급발진 의심으로 신고되고 있는 것이다.
차량 유종별로는 경유와 휘발유가 각각 78건과 73건, 전기차 33건, LPG 26건, 하이브리드 33건, 수소 1건이었다. 국과수 자료도 마찬가지다. 국과수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사고를 조사했지만 단 한 건도 인정된 것이 없다.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정밀 조사하는 것이 바로 차량제조사의 ‘사고기록장치EDR’이다. EDR을 통해서는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량, 제동 페달 작동 여부, 스로틀밸브 개도량,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EDR의 자료가 있다해도 운전자가 급발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차량의 오작동, 고장을 증명해야 한다. 즉 입증 책임이 제조사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정밀한 이해도가 없다면 입증을 위한 첫걸음도 떼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서 많은 시민들이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입법을 청원하지만 아직 현실화는 쉽지 않다. 공정위는 ‘세계적으로도 입증책임을 제조사에 하라는 입법 사례가 없고 만약 입증책임을 전환할 경우 차량제조사는 물론이고 수많은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등 산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결함 추정 요건을 완화, 피해자와 제조사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자료제출명령제도는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하면 제조사가 응해야 하는 것으로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증거개시 제도’와 유사하다.
급발진은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차가 갑자기 RPM이 증가하며 속도가 빠르게 오르는 것이다. 이는 빠르게 질주하는 차로 인해 자칫 인명 사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단 한 번도 급발진이 차량의 고장이나 차에 장착된 각종 전자제품의 오작동으로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자제어장치 ‘ECU -Electronic Control Unit’ 즉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등의 기능을 제어하는 컴퓨터의 오작동, 혹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해 일어난 사고일 것이라 짐작한다.
급발진 뉴스를 볼 때마다 사실 운전하기가 두렵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만약에 내가 운전할 때 급가속, 급발진의 징후가 보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전문가들은 몇 단계의 안전 수칙을 제언한다. 우선 가속, 브레이크 페달의 상태를 살핀다. 그것은 브레이크 페달 밑에 생수병이나 매트가 말려들어가 작동이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발로 브레이크를 한 번에 있는 힘을 다해 밟아야 한다. 나누어 밟거나 여러 번 밟는 것은 공기가 차서 작동이 더 어렵다. 그리고 기어는 중립으로 옮기고 전자식주차브레이크EPB를 찾아 작동시킨다. 마지막에는 시동을 끄는 것인데, 이때도 최대 5초 이상 시동 버튼을 누르고 있거나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자동차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자동차가 멈추지 않으면 최후의 방법은, 가장 안전한 물체를 향해 자동차를 추돌, 충돌하는 것이다. 이때 권하는 것이 측면 가드레일, 건물 외벽, 불가피한 경우 다른 차량의 트렁크 쪽 후면을 박아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수직으로 서 있는 전봇대나 가로수의 경우 위험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위의 단계로 자동차를 정지, 혹은 감속시키고 그래도 안되면 도로 중간 중간에 설치된 언덕으로 된 고속주행 멈춤 공간(긴급제동시설)으로 달려야 한다. 이 시설은 모래로 되어 있어 차량을 멈추게 하거나 높은 언덕 위에 추돌해도 부상을 줄여줄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굉음과 함께 마치 미친 말처럼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이 수칙을 침착하게 단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운전자는 거의 없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1호(24.08.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