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지난 3월, 안과를 필두로 현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반려동물 건강 관리 앱 ‘티티케어(TTcare)’를 통해서다. 다만 수의사가 직접 초진한 반려동물에 한해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를 반려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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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프리픽freepik) |
수리 잇몸에서 피가 나 병원을 방문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대기 번호가 12번이었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해 일단 집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피는 멎었다. 며칠 뒤 다시 피가 나서 오픈 30분 전에 도착해 대기 4번을 받았고, 한 시간 남짓 기다렸다 진료를 받았다. 잇몸 영양제를 먹이며 지켜보자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는데, 병원 공포증이 심한 수리를 달래느라 진이 다 빠졌다. 평소에도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라 마음만 급해지는데, 그럴 때면 비대면 진료에 회의적이던 나도 진지하게 그것을 고려해 본다.
작년에 반려동물 원격 진료 이슈가 본격화되고서 KB경영연구소가 반려인을 대상으로 찬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반려인의 44.1%가 원격 진료 필요성에 동의했고, 43.2%가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원격 진료를 통해 내원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직접 방문이 여의치 않을 때 유용하며, 반려동물의 병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한편, 일부 반려인들은 어차피 치료를 하려면 내원해야 하는 점, 영상으로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과 불신 등을 이유로 원격 진료에 냉담했다. 대한수의사회의 입장도 부적합에 가까웠다. ‘오진’의 위험성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는 반려인의 설명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반려인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질병의 원인을 알고 집에서 관리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잘못 케어하고 있어도 점검받을 타이밍을 놓치기 쉬운 단점이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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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프리픽freepik) |
어쨌거나 지금은 안과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현실화되었다. 진료는 반려인이 먼저 반려동물의 눈을 촬영해 앱에 제공하면, AI가 분석한 결과를 수의사가 확인한 뒤 영상 통화를 하며 상담을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정확도만 보장되면 원격 진료의 장점에는 전적으로 동의가 된다. 특히 반려동물이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거나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 또 내원 전에 상태를 확인하고 방문 여부를 정하거나 일정을 잡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비대면 진료에 관해 아직은 이렇다 할 후기가 눈에 띄지 않는데, 다수 반려인은 진료
과목이 늘어나고 AI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될 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나 역시 시간 절약이나 수리의 병원 공포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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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6호(24.9.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