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새해를 맞이하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구정 연휴까지 다 지났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신년입니다. 저희 부부는 7년째 1월 1일 새해 첫날을 양양에서 맞이했습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면서 카운트다운으로 보고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주섬주섬 수트를 챙겨 입습니다. 12월 31일이면 차가 얼마나 막히든 무조건 양양으로 모이는 이유는 ‘일출 서핑’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겨울 동해안에 해가 뜨는 시간은 생각보다 늦습니다. 새벽 7시 30분쯤에 뜨는데요. 7시쯤 저희는 서핑샵 ‘펀서프’에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두꺼운 수트에 장갑, 모자, 신발까지 챙겨 입고 각자 자기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합니다. 매번 ‘산란기의 거북이들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시커먼 복장의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해변가에 모여든 인파를 뚫고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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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1일에서 1월 1일 사이의 바다색 |
12월 31일. 한겨울의 바다는 생각보다‘는’ 춥지 않습니다. 물이 샐 틈만 없이 잘 챙겨 입으면 수온 자체는 그렇게 차갑지 않습니다. 바람만 터지지 않으면 재미있게 물놀이 할 수 있는 기온인데 보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번 물에 뛰어드는 서퍼들을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크든 작든 들어오는 그날의 파도를 한두개 잡아타면서 우리들은 바다 위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붉은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릅니다. 매번 보는 해지만 마음 속엔 경건한 마음이 듭니다. 푸른 물결 위로 햇빛이 뿌려지고 강렬하게 붉은 해를 모두가 바라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해가 뜨지만, 새해 첫 일출만큼은 바다에서 봐야 한 해 동안 순탄하게 놀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겨울 바다에 들어가 머리 끝까지 찬물을 한번 시원하게 뿌리고 나면 올해도 감기 안 걸리고 신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채워지는 기분이 되거든요.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이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을 띄워 놓고 사진과 영상을 남기는 건데요. 그 순간마다 빼놓지 않고 찍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서핑 보드 위애 앉은 채로 서로의 손을 붙잡고 크게 원을 그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손을 잡자고 하길래 따라 잡았는데 알고 보니 서퍼들이 바다 위에서 하는 의미가 있는 의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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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말을 안들어서 반쪽짜리 '서클' |
‘서프 서클(Surf Circle)’ 또는 ‘패들아웃 추모(Paddle-Out Ceremony)’ 라는 의식을 하는 서퍼들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바다 위에 원을 그리는 모양입니다. 파도가 센 날에는 큰 파도를 피해 멀리 도망왔다가 잠깐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또 멀리 달아나기도 합니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잔디밭에서 수건돌리기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앞사람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원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놀이 같은 이 의식은 사실 추모식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이 전통은 하와이에서 시작됐는데요. 서핑을 처음 시작한 민족이라고 알려진 폴리네시아의 원주민들은 바다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고, 서핑은 자연의 일부가 되는 방법 중 하나로 여겼습니다. 바다는 단순히 스포츠의 장소가 아니라 치유의 공간이자, 공동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는데요. 그래서 사랑하는 동료 서퍼, 친구,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바다 위에서 원을 그리며 손을 잡는 방식으로 고인의 영혼을 기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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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문 해변이 오래도록 깨끗하고 아름다기를 |
과거에는 원 안에 꽃이나 꽃잎을 바다에 띄우며 고인의 영혼이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고 하는데요. 현대에 와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서퍼들은 아
[민지숙 기자 / knulp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