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의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가 ‘블러디 러브’로 재탄생했다. 브램 스토커의 고전 스테디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95년 체코에서 초연, 1998년 한국 초연을 비롯, 30년간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원작 ‘드라큘라’가 지닌 정통성과 함께 새로운 감각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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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피알컴퍼니) |
1469년 트란실바니아. 신앙과 사랑하는 아내 아드리아나의 믿음으로 아버지로부터 이어진 피의 저주를 이겨내고 있던 왈라키아의 위대한 군주 드라큘라. 하지만 그는 가족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결국 저주받은 힘을 사용하고, 이후 더는 괴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에 반헬싱 대주교가 이끄는 십자군은 교황청의 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드라큘라가 없는 틈을 타 그의 가문과 백성을 몰살하고 아드리아나를 납치한다. 성으로 돌아온 드라큘라는 싸늘히 식어가는 백성들의 시신 앞에서 절규하며 아드리아나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흡혈귀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500년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아드리아나를 다시 만나게 된 드라큘라에게 멈췄던 운명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며, 그에게 다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번 공연은 노우성의 감각적인 연출, 노우진 작가의 탄탄한 대본 그리고 작곡가 J. ACO의 전율을 부르는 음악으로 작품을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특히 1막과 2막을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구성함으로써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볼거리는 기존 우리가 봐왔고 상상했던 ‘드라큘라’와는 차별화된 새로움이다. 특히 2막에서 드라큘라가 아내 아드리아나를 다시 만나는 장면의 화려한 볼거리는 압권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눈부신 네온사인, 그 앞에서 고혹적인 의상을 입은 28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쇼. 드라큘라가 무희 가운데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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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피알컴퍼니) |
무대는 미디어아트, 자유롭게 움직이는 조명 그리고 대형 스크린 기둥들이 여러 공간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부리고, 계단 높이와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무대의 공간감을 100% 확인시켜 준다. 새로운 스토리, 출연진들의 터질 듯한 음악이 작품을 전면에서 끌어간다면 무대는 이 작품의 숨은 공신이다.
“운명의 소용돌이 속, 한 남자의 선택에 따른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힌 노우성 연출의 말처럼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인 한 남자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객의 오감은 극이 진행될수록 더욱 예민해진다.
Info
장소: 한전아트센터
기간: ~2025년 2월 16일
시간: 평일
7시 30분 / 주말 및 공휴일 2시, 6시 30분
출연: 드라큘라 – 김법래, 테이, 최진혁 / 반헬싱 – 김형묵, 김준현 / 아드리아나 – 김아선, 정명은 / 디미트루 – 후이, 남우현 상연, 유태양, 원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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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피알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6호(25.2.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