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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프리픽) |
영국의 동물 행동학자 존 브래드쇼는 수십 년간 고양이를 연구하며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공격성이 없는 ‘고양이’로 여기는 것 같다.” 그는 그 근거로 고양이가 보호자를 대하는 방식이 다른 고양이들을 대하는 방식과 닮았다는 점을 들었다. 가령 고양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몸을 문질러 체취를 묻히고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몸을 문질러 애정을 표현한다. 또 꼬리를 위로 세우고 다가가는 행위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주고받는 인사법인데, 고양이가 자신의 보호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과연, 개 수리는 다른 개를 만나면 얼굴이나 상대의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지만, 내 친구나 가족에게는 손이라 발 냄새를 맡지 엉덩이 냄새를 맡지는 않는 게 아닌가!
그러니 고양이들의 (눈치 없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행동은 애초 사람을 자기보다 아래로 봐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인식하는 평등한 눈높이에서 나온,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의사 표현 방식일 수 있겠다고 문득 이해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2만 년 뒤쯤이면 고양이도 지금의 개처럼 보호자를 자신과 다른 개체로 인식하게 될까? 사실 지금처럼 죽 살아도 나쁠 건 없다. 어쨌거나 그들 눈에 비친 ‘큰 고양이’는 참 기특하고 의리 있는 존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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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프리픽)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6호(25.2.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