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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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2010년 ‘라푼젤’, 2013년 ‘겨울왕국’, 2016년작 ‘모아나’ 등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다이내믹한 서사를 선보인 디즈니는 ‘인어공주(2023)’에서처럼 ‘백설공주’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보려 한 것 같다. 그러나 인종만 기계적으로 바꾸고, ‘왕자’ 캐릭터의 존재 여부로 주체적 여성상이 만들어질 거라는 설정의 게으름, 그럼에도 빌런이나 남주는 예쁘고 잘 생긴 백인을 기용하면서, 유색인종 주인공은 매력적이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아이러니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가끔은 캐릭터의 외모가 작품의 개연성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연 배우의 외모는 집중력을 자주 무너뜨린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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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연기와 가창력을 인정받은 레이첼 지글러가 영화의 OST를 찰떡처럼 소화해낸다. 영화 ‘원더우먼’을 통해 정의롭고 강인한 히어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갤 가돗이 커리어 최초 악역을 맡아 백설공주 부럽지 않은 외모를 선보인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00일의 썸머’ 등을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의 섬세함은 어디로 갔을까. 여왕에 대항하는 공주의 무기가 ‘다정함’이라는 것, 불쾌한 골짜기를 떠올리게 하는 다소 어색한 난쟁이들의 CG 이미지 등과 함께 최대 빌런이었던 왕비의 횡포가 잘 드러나지 않고,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퇴장해버리는 서사도 아쉽다. ‘인어공주’ 실사영화가 준 충격에 이어 ‘백설공주’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관객들은 제작사의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일단 ‘재미있는 영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다양성보
[글 최재민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3호(25.4.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