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일의 성공적인 이종결합
가이드북 대신 유튜브를 보며 여행하는 시대에도 꾸준히 가이드북을 써온 우지경 작가는 자신의 직업을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글로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해보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피곤할 법도 한데, 그녀는 ‘아무리 일이라도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가이드북을 동네 반찬가게에 비유한다. 취재부터 집필까지 하나하나 공들여 쓰고, 명소의 위치와 영업시간, 입장료 등을 수없이 확인하는 가이드 책은 마치 재료를 손수 다듬어 반찬을 만드는 일과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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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산지니 제공 |
에세이『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는 여행 유튜브가 점령한 시대에 그녀가 왜 여행 가이드북을 쓰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선 목차를 위해 분주하게 도시별 비중을 나누고, 국내외 자료를 뒤져 명소와 맛집, 쇼핑 장소를 정리해야 한다. 작가 자신의 취향은 접어둔 채 초를 다퉈 계획한 곳을 빠짐없이 방문하고, 돌발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여행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만큼 미루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돌아오자마자 글을 쓴다. 여행 중에 만나는 현지인들의 작은 표현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덕분에 독자들은 패러글라이딩 3대 명소인 튀르키예 욀뤼데니즈의 풍경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아직도 위험한 걸로 잘못 알려져 있는 코소보가 여행객에게 얼마나 다정한지, 독일 쾰른 대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왜 일단 멀리서 한번 보는 것이 좋은지 쉽게 알 수 있다.
책 속엔 믿음직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간접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여행기는 물론, 여행작가가 된 과정, 팬데믹 과정에서 생존한 방법,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일상을 유지하는 법 등 실용적인 가이드 팁도 가득하다. 대부분 출판사 지원비 없이 취재를 떠나고, 때론 ‘이렇게 자주 여행 다니면 남편이 뭐라고 안 하느냐?”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는 여행작가로서의 웃픈 현실도 담겨 있다.
여행은 주로 즐겁고 아름답지만 때론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여행의 시작은 계획부터’라는 믿음을 가진 저자 같
[글 박찬은 기자 사진 산지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