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F, 게스트 디자이너 선정...韓 디자이너로서는 준지 이후 두 번째
‘K’라는 수식어는 이제 어느 분야에서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용어가 되었다. 음악, 방송, 뮤지컬, 영화에 이어 이제는 패션도 해외에서 인정받는다. 그걸 명확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이벤트가 지난 6월 17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렸다. 바로 남성 패션 박람회 ‘피티 워모’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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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바쏘 요새에서 열린 피티 워모 전경(사진 피티 이매진) |
패션 산업은 보통 반 년을 먼저 살아간다. 이 말인 즉, 한여름에 다음 해 봄·여름 옷들을 선보이고, 한겨울에 이듬해 가을, 겨울 제품들을 뽐낸다는 이야기다. 영화제에 칸, 베니스, 베를린이라 불리는 3대 영화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패션 산업에서도 3대 패션위크가 있다. 파리, 밀라노, 뉴욕(가끔 런던까지 포함해 4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패션위크가 바로 그것이다. 이 패션위크는 통상 남성 2회, 여성 2회로 총 연 4회가 개최된다. 여기에서 유수 럭셔리 브랜드들의 다음 시즌 뽐내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파리, 밀라노, 뉴욕 등의 패션위크 외에 남성복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이벤트가 하나 더 있다. 전 세계에서, 또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피렌체에서 개최되는 행사다. ‘피티 이매진(Pitti Immagine)’이라는 피렌체 산하 기관에서 매년 2회 진행하는 ‘피티 워모(Pitti Uomo)’가 바로 그것. 피티 워모는 전 세계 남성복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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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티 워모 외부 전경 (사진 피티 이매진) |
피티 워모의 게스트 디자이너에 한국인 참여
최근 패션 시장이 이탈리아보다는 파리 쪽으로 기울면서 피렌체의 피티 워모는 조금 쇠락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근래 이탈리아 남성복의 흐름이 피렌체로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돈다. 아마도 이건 밀란 멘즈 패션위크의 위상이 점차 줄어드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굳건하게 자신들의 영역을 잘 지켜내고 있는 피티 워모의 반등을 빗댄 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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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워모에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펜디, 아르마니 등의 거대 럭셔리 브랜드들이 참여한다. 동시에 전 세계의 인디 브랜드들 역시 참여한다. 이런 박람회의 대외적 홍보와 흥행을 위해 주최 측은 ‘게스트 디자이너 시스템’을 도입했다. 쉽게 말해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패션 쇼를 선보임으로써 피티 워모 자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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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피티 워모의 게스트 디자이너였던 MM6 메종 마르지엘라 쇼 (사진 피티 이매진) |
사실 이 게스트 디자이너들이 누군가에 따라 피티 워모의 대외적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동시에 피티 워모의 게스트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건 유명세를 막론하고 모든 패션 디자이너에게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108회 맞은 피티 워모, ‘한국 탐구 시작’…PAF 주목
최근의 피티 워모는 일본, 독일, 중국 등 한 국가의 패션 산업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관찰해오고 있었다. 이런 피티 워모가 108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한국을 테마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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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티 워모 박람회 전경 (사진 피티 이매진) |
PAF는 설립과 동시에 글로벌 유명세를 탔다. 유명 래퍼 켄트릭 라마가 미국 TV 쇼 ‘SNL’에 착용하고 나오면서부터다. 실험성과 실용성을 최우선 모토로 삼으며,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PAF는 2021년 신진 디자이너 발굴로 유명한 LVMH 세미 파이널에 진출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PAF가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건 해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특히 러닝 브랜드로 굉장히 많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온 러닝과 협업해 내놓은 스니커즈는 순식간에 솔드 아웃되었고, 소비자 가격의 몇 배 이상으로 리셀되는 기현상까지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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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티 워모 박람회 전경(사진 피티 이매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이미지(사진 PAF) |
패션 산업 관계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피티 워모가 어떤 위상을 가진 남성 패션 박람회인지, 또 피티 워모가 지원하는 게스트 디자이너의 쇼가 얼마나 멋들어진 공간에서, 또 굉장히 유서 깊은 장소에서 펼쳐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피티 워모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관계자들과 가진 런치 타임에 PAF의 임동준도 참석했다. 나는 인사를 건네고 이번 게스트 디자이너 선정에 대한 축하를 전했다. 그는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장소 대관도 어렵고, 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피티 워모는 그런 부분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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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티 워모 박람회 관련 전경(사진 피티 이매진) |
108회째를 맞이하는 피티 워모는 게스트 디자이너 PAF의 쇼 이외에도 다양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섹션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한국에 대한 집중 조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트진흥원의 연계와도 관련이 있다. 두 기관 측은 “한국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지난해 피티 워모 주최사인 피티 이매진과 체결한 업무 협약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발표된 피티 워모의 한국 특집은 PAF의 쇼 이외에 ‘코드 코리아(Code Korea)’라는 섹션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3월부터 모집 공고를 내 피티 이매진 측의 심사를 통해서 총 8개의 영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정했다. 아조바이아조, 오디너리피플, 오키오라운지, 자고류, 만지, 발로렌, 몽세뉴, 피노아친퀘가 최종 선정된 브랜드들이다.
피티 워모에서 한국 브랜드를 만나보기란 지금까진 쉽지 않았다. 대체로 한국의 편집 숍 바이어들이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는 경로로 사용되던 박람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6월은 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피렌체 소재의 바쏘 요새에서 한국의 젊은 8개의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관이 가장 눈에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피티 이매진, PAF]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6호(25.07.01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