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였는지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 도움 돼
“함께 사는 것 외에 이별까지 생각해두세요”
펫로스증후군은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이 대거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알아보는 인간 심리 해설서인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이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펴냄)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니콜라 게갱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
#2 반려동물을 위한 ‘펫프렌들리’ 복지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반려동물 경조지원을 신설했다. 반려동물(반려견·반려묘)의 장례를 치르는 임직원에게 장례 휴가 1일, 위로금을 전달한다. 롯데백화점은 반려견, 반려묘 장례를 치르는 직원에게 장례 휴가 1일 지원한다. 장례 휴가는 부모의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 등 직원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인정해준다. 러쉬코리아도 반려동물 장례 시 직원에게 1일 유급 휴가를 제공하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직원에게 육아수당 대신 매월 가족수당 5만 원을 지원한다. 하림펫푸드는 2017년부터 반려동물을 새 가족으로 맞이하는 직원에게 입양 휴가 1일과 축하금을 제공하며 직원이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할 때 반려견에게도 출입증을 제공하고 있다.
![]() |
‘펫로스증후군’ 상실, 슬픔 그리고 죄책감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속에서 /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들어가 /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 (중략) 굿바이 얄리 /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 하늘을 날고 있을까 / 굿바이 얄리 /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 올해도 꽃은 피는지’(-N.EX.T ‘날아라 병아리’ 중)
2014년 향년 46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마왕 신해철.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 중 1994년 N.EX.T(넥스트)의 2집 수록곡 ‘날아라 병아리’는 신해철이 7살 때인 1974년, 애완동물로 기르던 병아리 ‘얄리’가 죽었던 경험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는 ‘당시 설명할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알려주었다’며, 이는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끼쳤다고 회고했다.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에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길게 잡아도 20년이다. 그 순간 가족들은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 그렇게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은 생각보다 깊다. 심하면 정신적 장애를 겪기도 한다.
![]() |
집에 늦게 들어가도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반려견, 인간이 슬퍼할 때 와서 얼굴을 비비는 반려견…. 이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되는 인간관계와 전혀 다른 무조건적이고, 비판단적이며, 무한한 사랑이다. 새끼를 입양해 먹이고, 재우고, 배설물을 치우고,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주사도 맞히고, 산책도 하고, 장난감으로 같이 놀고, 잠도 같이 잔다. 어찌 보면 자식에게 베푸는 부모의 사랑과 같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자식과 같은 존재’를 잃어버린 것과 비교된다.
![]() |
↑ 픽사베이 |
미국수의사협회는 ‘펫로스증후군 극복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애완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기,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 애완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애완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기,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기’ 등이다.
![]() |
↑ 픽사베이 |
![]() |
반려동물 50% ‘종량제 폐기·주거지 및 야산에 매장·투기’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도 보호자에게는 할 일이 많다. 바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보내는 절차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이기 때문에 허가·승인·신고된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 매립·소각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동물 사체를 처리하려면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처리를 위탁, 반려동물 장례시설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 |
요즘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지리적, 비용적으로 부담이다. 또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혐오시설로 여겨져 인허가가 상당히 까다롭다. 대부분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서울 등 대도시에는 거의 없고 경기도에만 약 28곳이 있다. 해서 일부 불법 장례업체는 반려동물을 한꺼번에 화장해 유골을 구분 없이 보호자에게 주거나 산골(散骨)제로 산이나 강에 뿌리는 경우도 있었다.
![]() |
반려동물 장례업체 포포즈는 가상 추모홀 ‘걸어온’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펫로스증후군 케어 일환으로 선보인 온라인 가상 추모공간 서비스로, 반려동물을 보낸 보호자가 온라인상에서 간편하게 전시관 형태에 추모공간을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눈길을 끄는 서비스는 ‘편지 주고받기’이다.
![]() |
경험 많은 한 반려 견주는 말한다. “깊이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새로운 가족, 특히 아이를 맞는 것과 같아요. 그냥 예뻐
[글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사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5(25.06.24)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