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경을 넘어 희망을 쏜다 ③ 청소년쉼터 졸업생 이요셉 씨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정형편이 어렵더라도 길은 있어요. 주변 도움과 본인 노력만 있다면 뭐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용기를 갖고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겠지요."
가출 청소년이었던 한 선배가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던졌다. 지난달 21일 가출 청소년 10명이 모여 살며 공부하는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청소년쉼터 하나로`에서 열린 학습발표회. 쉼터 졸업생 이요셉 씨(26) 표정은 밝았다. 그도 한때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와 집을 뛰쳐나와 어두운 시절을 보낸 가출 청소년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쉼터 인근 유명 피자전문점에서 부점장으로 성실히 일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요셉 씨, 조민경 양, 김진혁 군.]
이씨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너무 배가 고파 프라이팬에 밥과 소금을 함께 넣어 볶아 먹기도 했다.
가족 생계를 돕기 위해 신문 배달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축구 특기로 어렵사리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가족과도 사이가 벌어져 결국 집을 나왔다.
배달일을 하며 생활을 유지했다. 그마저도 2002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그만뒀다. 세상은 월드컵 열기로 희망에 가득 차 있었지만, 당시 가출 청소년인 이군 눈에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인 소개로 쉼터를 찾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됐다.
"처음엔 창피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저를 발견하고 들어오라고 했죠. 그때부터 제 삶은 하나하나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검정고시부터 준비했다. 주중에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고 주말에는 피자전문점 미스터피자 산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입ㆍ대입 검정고시도 잇따라 통과했다. 2005년 11월부터 2년간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그는 2007년 10월 정직원이 됐고, 지난해 6월에는 부점장이 됐다.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출신인 그를 점포 지배인으로 발탁한 것.
그는 "쉼터 선생님들 덕택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졸업한 쉼터에 머무는 가출 청소년들은 이씨 같은 졸업생들이 주는 희망을 동력 삼아 세상으로 나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또래들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꿈은 모두 `최고`다.
분장사의 꿈을 키우기 위해 6개월 메이크업 과정을 마쳤고 현재 메이크업 2급 자격증까지 딴 조민경 양(18). "메이크업을 열심히 배워 우리나라 최고 특수분장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진혁 군(17)도 "스포츠 마사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내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열심히 배워 나중에 꼭 국
자원봉사자 선생님 30여 명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김형근 쉼터 실장은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청소년쉼터를 혐오시설로 보고 있다"며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대안교육, 직업훈련 등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