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비리와 부실감독의 난맥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모럴해저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천상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검찰은 지난 3일 KB자산운용 감사 이 모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으로 상호저축은행 검사를 맡았던 이 씨는 2006년, 감독 편의를 봐주겠다며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에 불법 대출을 알선한 금감원 직원, 사실상 대주주와 공동 경영을 해온 부산저축은행 감사도 구속됐습니다.
비리도 문제지만, 감독 부실은 더 심각합니다.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그것도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벌이던 시기에 저질렀는데도, 금감원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우병우 /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 "금감원에서는 정기검사, 부분검사 해서 수회에 거쳐 수십 일씩 부산저축은행에서 상주하면서 검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경리사원만 적발했을 뿐이고…."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밀번호 미변경 등 여러 문제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고쳤는지 확인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습니다.
위기 대응 능력은 낙제점입니다.
개인비리로 임직원이 구속된 제일저축은행에 대해 서둘러 특별검사에 착수했다가, 예금인출이 잇따르자 "은행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금감원과 금융회사들의 유착관계, 낙하산 감사에 주목합니다.
4월 말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인사는 45명.
저축은행에도 9명이나 됩니다.
감시 역할을 맡아야 할 감사에 감독원 출신이 자리를 잡으면서 감독원 감사의 날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금융감독원을 질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스탠딩 : 천상철 / 기자
- "각종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퇴직 후 자리 챙기기에 급급했던 금융감독원,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까지 받으면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