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낙하산 감사 문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관대작 출신의 사외이사도 이름만 걸어놓고 상당한 보수를 받아챙겼습니다.
천상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영업정지된 도민저축은행에서 2008년 사외이사를 하며 수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등도 도민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내, 이사진 면면만 보면 서민금고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수준이 대형 시중은행에 못지 않습니다.
회사는 가라앉고 있었지만, 매달 보수를 200~300만 원씩 꼬박꼬박 타 갔습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삼화저축은행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이렇게 올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30%가 국회의원 또는 금융당국 출신입니다.
저축은행 업계 전체로 따지면 더 많습니다.
지난 해 8월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장태평 씨와 이종남 전 감사원장은 대형 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하나금융지주, 이근영 전 금융위원장은 동부화재 사외이사며,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가 됐습니다.
금융회사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은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 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두세달에 한 번씩 모여 감시자 역할을 하기는 커녕 주요 안건에 찬성이나 해주는 거수기 역할이나 하고 용돈받는 자리로 생각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사외이사를 얼굴마담으로, 때론 바람막이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 대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해봐야 실익이 없을 거라는 전망도 이래서 나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주주 독단경영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사이이사 제도가 정·관계 인사들의 전관예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