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금고에 들어 있던 1조 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었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사실상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과연 이번엔 꼬리가 밟힐까요?
천상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의 바로미터와 같습니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올라가고 팔면 주가가 내려가는 현상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외국인 투자자금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국내 자금을 빼내 옮겨놓은 뒤 다시 한국에 투자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많다는 게 증권가의 정설입니다.
실제 스위스와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라부안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15조 원에 이릅니다.
들어온 돈은 또 금세 빠져나가기 때문에 소문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 인터뷰 : 주식시장 관계자
-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한다는, 시세조정을 한다는 내용이 시장에서 많이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물증은 없다 하더라도 심증은 충분히 가는 상황이 많습니다."
스위스 비밀계좌의 1조 원대 국내 주식 투자나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 씨도 이런 식으로 국내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기승을 부리는 건 자금 도피와 탈세가 쉽기 때문입니다.
해외 비밀계좌를 사용하고, 바지 사장을 내세우기 때문에 돈의 주인이 재벌 2세인지, 정치인지 찾아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국세청이 탈세전담반을 구성하고 무늬만 외국인 적발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박윤준 / 국세조세관리관
- "대주주가 기업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거나 우리나라 거주자가 외국사람으로 위장해서 해외에 자금을 조성하고 국내에 다시 투자하는 역외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철저히 과세하도록 하겠습니다."
비밀자금의 천국 스위스가 세계 각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스위스 UBS는 지난해 보관 중인 탈세 혐의자 4천450명의 명단과 계좌를 미국 정부에 넘겨줬습니다.
▶ 스탠딩 : 천상철 / 기자
- "세계 각국이 역외 탈세와의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한국인 명의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돼 검은돈 추적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