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올해로 67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청산되지 않은 잔재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김경진 리포터가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스님을 직접 만났습니다.
현장 연결해보겠습니다. 김경진 리포터!
【 리포터 】
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나와 있습니다.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이곳 5번 출구를 지날 때 멋지게 줄지어 서 있는 이 석등.
무심코 지나친 분들 많으셨을 텐데요.
줄지어 있는 이 석등이 일본의 잔재라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에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이끌어낸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스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1. 먼저 청와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청와대에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답변. 현재 대통령 관저로 쓰이는 청와대는 원래 조선시대 경복궁의 일부였습니다.
일제의 국권침탈 후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안에 청사(廳舍)를 신축하면서 총독관저를 지었습니다.
따라서 역사적 경위를 고려할 때, 청와대가 일본식 조경에 오염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이미 학계와 문화재청에 의해 '일본식 조경' 문제가 지적된 사항이었습니다.
청와대의 정문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대문과 닮았습니다.
일본신사는 일반적으로 도리라고 불리는 정문을 세우고 그 옆에 등록(燈籠)이라고 불리는 석등을 배치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청와대 정문에 이런 양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일본식 석등이 우리 청와대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제는 1926년 광화문 뒤편 경복궁 내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건설하면서 전국의 여러 사찰에서 석등들을 궁궐로 옮겨 왔습니다.
앞서 창덕궁에 야스쿠니 신사 앞 석등과 유사한 일본식 석등이 세워져 있어, 문제제기를 했고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창덕궁의 석등을 철거했습니다.
질문 2. 청와대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 문화재청과 청와대에서도 인정한 상태인가요?
일본식 석등이 우리 청와대에 존재하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문화재청에 관련 사실을 질의했습니다.
마침 창덕궁 앞에도 이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기에 우회적으로 창덕궁 석등은 전통양식이 아니므로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화재청에 발송해 보았습니다.
만약 문화재청이 창덕궁 앞의 석등을 철거한다면, 이는 명백한 오류로 청와대의 일본식 석등도 마땅히 철거대상이라는 확신이 설 수 있었습니다.
창덕궁 관리 사무소는 이의 신청을 받은 뒤, 곧장 철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청와대에도 문제제기를 한 상태입니다.
질문 3. 이곳 경복궁역에 설치된 석등 역시 '일본식'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설명해주시죠.
답변. 국보 17호 부석사 무량수전 석등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모양은 한국식이지만 석등의 배열이 일본 신사의 참배로(參拜 路)와 유사하기 때문에 철거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찰 석등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 앞에 오직 1기만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여러 개를 한 줄로 배치하는 것은 일본 신사의 전통입니다.
실지로 일본신사는 진입로, 참배도로, 경내 등에 일렬로 석등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 리포터 】
혜문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청와대에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본의 잔재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MBN리포터 김경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