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는 '푸어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많습니다.
집이 있고, 자녀가 있지만, 너도나도 가난하다고 아우성을 치는 건데요.
서민들이 겪는 가난의 악순환, 원인과 실태를 최인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이 모 씨 부부는 최근 애완동물 용품점을 열었습니다.
창업 비용 등으로 1억 2천만 원가량 대출한 이 씨 부부는 이자 상환으로 한 달에 120만 원이 나갑니다.
매달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애완견 용품점 운영
- "집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러니까 결국 빈껍데기인 것입니다."
문을 연 지 석 달 된 한 식당입니다.
식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들어 임대료 내기도 버겁습니다.
▶ 인터뷰 : 식당 주인
- "작년에 장사하다가 왔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 차이가 많습니다. 엄청 힘듭니다."
실제로 자영업자가 가게를 열어 3년간 살아남는 경우는 40%가 되지 않습니다.
폐업이 늘자 철거 업체는 때아닌 성황입니다.
▶ 인터뷰 : 박제원 / 주방 철거업체 운영
- "(철거 상담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일을 하다 보면 전화를 못 받고 계속 (철거) 문의가 옵니다."
여기 한 중견기업에 취업한 지 3년 된 32살 박 모 씨가 있습니다.
박 씨는 4살 어린 이 모 양을 신부로 맞이했는데요.
1억원을 대출해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집값은 끝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좀 지나 아이가 생겼네요.
임신에서 출산까지 비용만 천만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박 씨의 아들이 어느덧 훌쩍 커서 이제는 중학생이 됐는데요.
영어와 수학 과외비, 학원비로 매달 교육비로 70만 원씩 나갑니다.
이제 퇴직을 한 박 씨는 2억 원을 대출받아 커피전문점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많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보시는 것처럼 태어나고 자라나, 노년에 접어들어서까지 일생 동안 늘 스스로를 빈곤하다고 느끼는 푸어신드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셈입니다.
두 딸의 교육비로 한 달에 120만 원씩 나가는 조 모 씨 가정은 전형적인 에듀푸어에 해당합니다.
요즘 조 씨 가족은 돈 문제만 나오면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 인터뷰 : 조 모 씨 / 에듀푸어
- "아무것도 아닌데 서로 얼굴 붉히게 되고 편안한 가정은 아닙니다. 돈 문제만 나오면 매달 결제일마다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녀 교육 때문에 적자인 가구는 전국적으로 82만 가구에 달합니다.
▶ 인터뷰 : 조호정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의 30%를 교육비로 쓰고 있어서 다른 부분의 지출은 줄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인 빈곤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렇게 자산은 있지만, 대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전 세대에 걸쳐서 많은 것일까요?
전문가 모셔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갑수 / 문화평론가
- "고속성장 사회를 몇 십 년 동안 살아왔는데요. 이제 그 시대가 끝났다는 조짐을 보여주는 게 바로 '푸어현상'입니다. 과거에는 집이든 교육이든 과잉투자가 사실은 이득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더는 그럴 수 없는 현실입니다. "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 인터뷰 : 김갑수 / 문화평론가
-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즉 더 이상의 고속성장이 아닌 저성장 사회다. 그것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빈곤감에 허덕이는 것을 어떻게 정신적으로라도 극복할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푸어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 문제로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MBN뉴스 최인제입니다. [ copus@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