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여 재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통과시킨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연봉 5억 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감사의 연봉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현행 등기이사의 보수 공개제도는 총액 기준이지만 개별 기준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등기임원 연봉 평균이 3억인 A기업의 임원 중에서 누구는 1억원을 받고 누구는 50억을 받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대기업 등기임원으로 돼있는 주요 그룹 총수의 연봉도 액면 그대로 보고서에 적시됩니다.
임원 보수 총액만 공개하는 현행 사업보고서는 2005년 3월 증권거래법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일본은 1억엔 이상을 받는 임원이 개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고 싱가포르,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임원 보수 공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이 현실화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입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경영자의 연봉을 공개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뿐 아니라 반기업 정서 등 위화감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임원의 보수를 빌미로 노동계에서 비정상적인 임금 인상과 경영성과의 배분을 요구해 노사 분규가 발생하고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경영의 투명성 차원에서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기업분석 기관인 한국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상장 기업들은 지배구조 분야에서 선진국 이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임원별 보수 공개는 글로벌 흐름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의 매출액 등을 고려할 때 기대치 이상 보수가 높게 책정된 이유에 대해 주주에게 이해할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임원 보수를 결정할 단계에서부터 이미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기 때문에 외국의 입법례에 없는 주주통제권이 법적으로 이미 확보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왕 공개된다면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고액 연봉자를 위화감을 조성하는 '배부른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정서도 앞으로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항변도 재계 일각에서 나옵니다.
한국CXO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천대 기업 등기임원의 2011년 평균 보수는 3억7천670만원입니다.
기업별로 삼성전자 등기임원의 평균 보수가 109억원으로 단연 최고를 차지했고 SK이노베이션은 46억4천만원으로 2위에 오르는 등 SK그룹의 4개 계열사가 톱10에 포함됐습니다.
CJ그룹의 주력인 CJ제일제당이 28억9천만원으로 7위를 차지해 식품기업중 유일하게 톱10에 들었습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임원들의 평균 보수는 21억원으로 15위였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