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생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이후 겉으로만 동반성장을 외치는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분기 또는 반기마다 정당한 사유없이 단가 인하의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납품 단가 인하 실적이 임원평가에 반영되며 일본에서 대지진이 나도 피해자 구제보다 '피해품 구제'에 열을 올리는 대기업의 행태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대명제만으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협력사간 신뢰구축이 우선이다. 수년간 거래해온 협력사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당한 발주취소를 하고 단가 후려치기를 자행하는 대기업의 행태가 비판받는 것도 두 회사간 신뢰를 일방적으로 깨버렸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 협력사가 항상 을(乙)이 아니라면? 때로는 갑(甲)의 지위에 서는 협력사의 행태에 대해서도 고찰이 필요한 이유다.
탄탈륨(Tantalum)이라는 희소금속이 있다. 적은 양이지만 휴대폰, TV 등에 필수적인 부품의 재료로 쓰인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릴 이유가 없다. 일년에 2~4차례씩 협력사가 대기업에 단가인상 요청을 하기도 한다. 인상 요청사유는, 대기업이 그들에게 단가 인하 요청을 할때만큼 다양하다.
전해 콘덴서(Al capacitor)는 LCD가 주를 이루는 TV시장에서 PDP TV부품으로 주로 쓰여 사양부품 취급을 받는다. 더욱이 TV에 쓰이는 전해 콘덴서는 크기가 작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전해 콘덴서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의 갑(甲)은 고가의 콘덴서를 취급하는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제조회사다. 반면 전자회사는 걸핏하면 TV용 콘덴서 생산중단을 고려한다는 협력사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은 대기업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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