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세계 10위권 업종 26개 중 9개 불과…업종별 격차도 심각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업종 별 경쟁력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이 철강, 조선, 전자,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면 유통, 식음료, 제약, 은행, 보험 등 생활업종 제조업과 금융업에서는 존재감 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22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업종별 순위를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26개 주요업종 가운데 국내 기업이 10위권 내에 오른 업종은 9개에 불과했다.
먼저 국내기업이 세계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업종은 IT와 조선 두 곳이다.
IT업종에서 삼성전자(생활가전부문 제외)는 작년 9월말 기준 매출이 1243억달러로 글로벌 톱에 올랐다.
이어 애플(1164억달러), HP(839억달러), 지멘스(780억달러), IBM(721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589억달러), 소니(533억달러), 구글(430억달러), 델(429억달러), LG전자(403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들 '톱10'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도 18.1%에 달했다.
조선업종에서는 10위내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이 무려 6개나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3분기 누적 367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중공업(3위), 대우조선해양(4위), 현대미포조선(6위), STX조선해양(7위), 한진중공업(8위)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일본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이조선은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철강, 반도체, 휴대전화, 해운 등 4개 업종에서도 한국 기업이 2위에 올랐다.
철강 업종에서 포스코는 룩셈브루크 아세로미탈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은 12위∼14위를 기록했다.
휴대전화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문 매출은 978억달러로 1위 애플의 1164억달러와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3위인 소니(119억달러)보다는 8배 이상 많았다. 4위는 노키아, 5위는 LG전자였다.
반도체는 미국 인텔(389억달러)에 이어 삼성전자(반도체부문 252억달러)가 2위를 차지했고, 3위 퀄컴, 4위 타이완 세미컨닥터에 이어 SK하이닉스(101억달러)가 5위에 올랐다.
해운에서는 한진해운(73억달러)이 6위를 차지했고, 현대상선도 56억 달러로 8위에 올랐다. 1위는 덴마크 AP몰러매스크(439억달러)였다.
이밖에도 국내기업이 글로벌 톱10에 포함된 업종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담배 3개 업종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작년 9월까지 94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폴크스바겐(1968억달러), 도요타(1877억달러), 다임러벤츠(1160억달러), GM(1150억달러), 포드(1099억달러)에 이어 6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 다음으로는 혼다, 닛산, BMW, 푸조, 볼보가 뒤를 이었다.
현대모비스도 현대·기아차의 선전에 힘입어 23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자동차부품업 세계 7위에 올랐고, KT&G는 담배부문에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몇몇 업종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면 유통, 식음료, 화장품, 제약, 통신, 보험, 은행 등 생활형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크게 부진해 업종별 경쟁력 차이를 보였다. .
중국 ICBC, 영국 HSBC, 일본 미쓰비시파이낸셜, 미국 JP모건, 중국 건설은행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융그룹분야에서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보험업종에서도 국내기업은 20위권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일본우정보험(보험 부문), AXA,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등이 세계 톱 순위에 올라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1620억달러는 1위 일본우정보험의 1조501억달러의 15.4% 수준에 불과했다.
통신에선 KT가 작년 반기 매출 104억 달러로 세계 16위를 기록했으나 1위인 미국 AT&T의 634억달러에 비해선 16%에 수준이었다. SK텔레콤은 21위, LG유플러스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소매유통 분야에선 롯데쇼핑이 122억 달러로 글로벌 순위 29위에 머물렀다. 1위인 월마트의 매출 2309억달러에 비해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제약업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유한양행(6억달러)이 세계 1위 존슨앤존슨(530억달러)의 1% 수준에 그쳐 4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밖에 건설, 방위산업, 우주산업, 광고, 신용카드, 자산운용, 주류, 의류 등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이 상위 2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