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아홉살 박희준 씨는 거울 앞에서 한숨을 짓는 적이 부쩍 잦아졌다. 취업 준비할 때부터 시작된 스트레스성 탈모가 점차 심해지기 때문.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 때문에 본래 나이보다 서너살 많게 보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소개팅에서 번번히 퇴짜를 맞는 것도 머리숱 때문인 것만 같고 업무상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자신감이 떨어져 위축되기 일쑤다. 박 씨는 "머리숱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남들은 탈모 쯤이야 아픈것도 아닌데 그냥 살라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탈모 인구의 증가로 탈모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국민 소득수준의 상승으로 단순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이 아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의약품, 즉 '해피드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탈모 치료제 경쟁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탈모치료제는 비만치료제와 함께 대표 '해피드럭'으로 분류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샴푸나 건강기능식품을 제외한 탈모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5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먹는 약이 400억원, 바르는 약이 100억원 정도다. 이밖에 샴푸와 건강기능식품까지 포함하는 탈모 관련 시장은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탈모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정하는 국내 탈모인구는 1000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 꼴이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국내 탈모 진료인원 조사 결과 지난 2007년 16만6387명에서 2011년 19만473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탈모 환자들이 병원보다는 탈모 방지 샴푸나 식이요법 등 비의료적인 시술을 시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환자는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탈모치료제를 둘러싼 제약사들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약은 미국 MSD가 개발한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데이터에 따르면 프로페시아는 2010년 193억원, 2011년 238억원, 2012년 2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특허가 2008년 만료되면서 프로페시아의 성분인 피나스테리드의 복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여전히 먹는 약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MSD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페시아의 전체 매출은 약 28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탈모 환자의 경우 가격보다는 효능과 안정성을 고려해 선택하기 때문에 특허 만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를 쉽게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먹는 약의 또다른 강자로 떠오른 것은 외국계 제약사 GSK의 탈모치료제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다.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가 먹는 약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데다가 GSK가 지난해 말부터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먹는 탈모치료제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아보다트는 본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사용됐으나 지난 2009년 한국 식약청으로부터 탈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아보다트에 탈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해 판매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GSK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한국 남성형 탈모 환자에게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미녹시딜 제재 중심의 바르는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는 국내 제약사인 현대약품의 마이녹실이 강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데이터에 따르면 마이녹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은 80억1200만원에 달해 시장점유율 70%를 넘겼다. 올해에는 86억 상당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국내 제약사들도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출시된 먹는 치료제 중에는 한미약품의 피나테드, JW중외신약의 모나드, 대웅제약의 베아리모,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알로시아가 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는 못하는 편이다.
동국제약도 지난 2011년 내놓은 일반의약품인 확산성 탈모치료제 판시딜의 매출이 점차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종근당도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탈모치료제 개발 기술을 이전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삶의 만족도를 개선시키는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탈모치료제 시장도
이어 "탈모 환자들의 경우 가격보다는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입소문과 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런 점을 유의해 공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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