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 마스터(Master)라 불리는 이들은 한 분야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이를 말한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강한 정신력과 성실성, 그리고 뛰어난 기술 등이 뒷받침하기 마련이고, 그만큼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생활 속 장인들이 곳곳에 움트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장인들을 찾아나서는 여행코스 7곳을 봄나들이 추천지로 제안했다.
경기도 부천의 ‘손끝에서 피어난 맛과 멋, 김치 명인 김순자와 전통 폐백 명인 최학선’, 충북 충주의 ‘담금질과 두드림의 연금술사, 삼화대장간 야장 김명일’, 전남 나주의 ‘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염색장 정관채’, 경기도 파주의 ‘활을 잘 쏘는 나라의 혼과 맥을 잇다, 파주 궁시장 영집 유영기’, 울산 울주의 ‘‘독 짓는 장인’들의 숨결이 깃든 곳, 외고산 옹기마을’, 충남 보령의 ‘추사 김정희가 즐겨 사용하던 최고의 벼루, 보령 남포벼루 명장 김진한’, 강원 강릉의 ‘140년 전통의 한과 명가, 강릉 갈골한과 명인 최봉석’ 등 7명의 장인을 찾아나서는 이번 테마여행은 ‘장인을 찾아서’로 명명돼 기대를 모은다.
◆ 대장간 야장 김명일의 충북 충주 = 충주는 예부터 철의 으뜸 생산지였다. 고려 시대 몽골에 대승을 거둔 곳도 충주 지역으로, 몽골보다 월등한 철제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해진다. 충주시 무학시장 입구 누리장터에 자리한 삼화대장간은 60년 넘는 세월 동안 쇠를 녹여 철제 기구들을 제작해온 야장(충북 무형문화재 13호)이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 75세인 도지정 무형문화재 야장 김명일 선생이 직접 제작한 화로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과정과 다양한 도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충주는 고려 시대 사찰인 단호사 대웅전에 모셔진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이 자리하는 곳이다. 철로 제작된 불상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 택견을 체험할 수 있는 충주시 택견전수관과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이 있는 충주세계무술공원도 함께 돌아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 염색장 정관채의 전남 나주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56)씨는 쪽 염색의 대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나주시 다시면 샛골에서는 예부터 목화를 많이 재배했다. 영산강 변에는 쪽이 많았다. 무명천을 짜고 거기에 쪽물을 들이는 일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샛골 사람들이 해온 일이다.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쪽 염색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한 셈이다.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하면서 쪽 염색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전쟁 이후 끊어진 쪽 염색의 맥을 이은 것이다. 손톱에 쪽물 빠질 날 없던 그는 2001년 9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다시평야 한쪽에 있는 전수관은 쪽 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과 쪽 염색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나주에 가면 나주읍성을 돌아보고 100년 전통의 곰탕을 맛볼 수 있다. 영산포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홍어의 참맛을 즐기기 좋고, 불회사와 명하쪽빛마을 등도 빼놓을 수없는 여행지다.
◆ 궁시장 영집 유영기의 경기 파주 = 주몽, 김윤후, 이성계 그리고 조선 정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활을 잘 쏜 인물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다. 활을 잘 쏘는 민족답게 활과 화살의 혼과 맥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영집 궁시박물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영집 유영기 선생이 세운 활과 화살 전문 박물관으로, 5대째 이어 내려온 활과 화살에 대한 애정과 전통문화에 대한 신념과 고집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영집 궁시박물관에서는 헤이리 예술마을이 지근 거리에 있다. 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등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관, 체험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 근교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또 독특한 건축물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전시관, 북 카페 등이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며, 모산목장에서 낙농 체험도 즐길 수 있다.
◆ 독 장인들의 울산 울주 = 울산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은 옹기 장인들의 숨결이 담긴 마을이다.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 8명이 이곳에서 직접 옹기를 만들고 가마에 구워내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옹기마을에 옹기장들이 처음 정착한 것은 50여 년 전으로, 이곳에는 선친의 대를 이어 2대째 옹기를 만드는 장인들도 있다. 옹기 제조업이 번성하던 1970년대에는 옹기를 만드는 집이 150세대가 넘기도 했다. 옹기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지나는 골목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마당 가득 쌓인 옹기 외에도 전통 황토 가마, 옹기를 테마로 한 다양한 조형물에서 ‘독 짓는 장인’들의 흔적이 전해진다. 마을 뒤편 울산옹기박물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옹기를 만날 수 있으며, 옹기 구입과 도예 체험도 가능하다. 옹기마을에서는 일출 명소인 간절곶이 가깝다.
◆ 벼루 명장 김진한의 충남 보령 = 보물 제547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 유물 중에는 벼루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남포벼루다. 보령 남포에는 최고급 벼루의 대명사가 된 남포벼루의 명성을 잇는 장인이 있다. 3대째 가업으로 벼루를 제작하는 김진한 명장이다. 평생을 남포벼루와 함께한 그는 1987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6호, 1996년 석공예 부문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그의 손을 거친 백운상석은 먹을 갈 때 매끄러우면서 끈적거리지 않고, 글을 쓰면 윤기가 나 오래되어도 변하지 않으며, 묵지에 물을 넣어도 쉬 마르지 않는 남포벼루로 탄생한다.
남포벼루가 기술을 상징한다면, 보령8경 가운데 7경인 오천항의 키조개와 천북면의 굴은 보령의 맛을 보여준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쫄깃한 키조개의 패주(관자)와 비리지 않고 탱글탱글한 굴은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국내 최초로 개관한 보령석탄박물관에서는 충남탄전의 발달 과정과 채굴 장비, 작업 환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 한과 명인 최봉석의 강원 강릉 =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갈골) 한과마을은 다양한 한과 중 기름에 튀겨 만드는 산자와 강정 생산지로 유명하다. 현재 60여 가구가 한과를 만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지난 2000년 한과 분야 최초로 전통식품명인(23호)에 지정된 최봉석 명인(71세)이 있다. 1870년대에 최 명인의 4대조가 한과 제조법을 전통 방식대로 체계화한 이래 5대째 집안 고유의 비법을 이어오는 것. 국산 재료를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최 명인의 산자와 강정은 고급스러운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제조장 부근에 전시장과 체험관을 갖춘 ‘갈골한과 체험전시관’도
한과마을 가까이엔 경포대, 선교장,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오죽헌을 비롯해 주말이면 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인기 높은 안목 커피거리, 커피 전문점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피박물관 등 연계 관광지가 많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