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고객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타사의 개인정보 유출 지적에만 열을 올린 통신사 간의 과열 경쟁이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자사와 관련된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타사만을 비방, 자사의 개인정보 안정성을 무리하게 홍보했다. 이후 자사와 관련된 개인정보 불법 유출 건이 터지자 해당 홍보를 급히 삭제해 소비자에 대한 도의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KT에서 1200만건의 개인 정보가 불법 유출돼 중복 유출자를 제외한 982만여명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에 SK텔레콤은 결제와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며 '개인정보 안알랴줌(안알려줌)'이란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신용카드가 아닌 자사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경품 이벤트를 실시한 것. SK텔레콤은 최근 배우 이정재와 전지현을 기용해 '잘 생겼다' 시리즈 광고를 방송하면서 'SK텔레콤 고객이라면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 뭐든 나쁜 게 생겨도 최대한 피하게 될 테니까요'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스팸과 스미싱으로부터 SK텔레콤 고객은 자유롭다는 게 해당 광고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역시 KT의 정보유출 사건 발표 후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실시간 검색 1위! KT 고객정보 유출', '1년동안 개인정보 유출사실 몰라…충격' 등의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전단지를 뿌렸다.
이후 지난 11일 부산 남부경찰서가 SK브로드밴드에서 159만건, KT에서 7만6000건, LG유플러스에서 250만건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 됐다고 밝히자 SK텔레콤은 이벤트 관련 애플리케이션 페이지를 삭제하고 해당 광고를 중단했다. '잘 생겼다' 스팸·스미싱 광고편은 현재 SK텔레콤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이 50.6%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로 SK텔레콤 대리점과 판매점 등을 통해 SK브로드밴드 서비스가 판매된다.
특히 이번 3사의 정보 유출의 경우 통신사들이 자사의 고객정보 유출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와 사건의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남부경찰서는 사건 조사를 위해 지난달 각 통신사에 이번 정보 유출과 관련된 자료 제출 및 확인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를 비롯한 복수의 통신 관계자는 "최근 다수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피해 규모에 허수가 많고 개인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나이, 성별 등이 가공돼 실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경찰이 통신사에 직접 확인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경찰 발표가 나기 전 자사 또는 자회사의 정보 유출 건을 미리 알고 있었으나 무리하게 타사 비방 및 자사 안전성을 홍보했고, 발표 후 물의를 빚자 이를 급히 삭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도 사건 발생 확인 후 해당 전단지를 수거할 것을 지시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정보유출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서 난 만큼 자사와는 별도의 정보 유출로 봐야 한다"며 광고 삭제 건에 대해선 "두 건을 연결해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 당시 고객 관리를 통합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대리점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이라며 "본사에서 확인하자마자 대리점에 바로 수습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잇따라 통신사의 정보유출 사태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유효리 인턴기자·이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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