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2조7000억달러(2012년 국제통화기금 통계 기준) 규모의 거대 교역시장이 탄생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은 8일 서울에서 한·호주 FTA에 공식 서명했다.
이는 양국이 2006년 12월 FTA 공동연구에 합의하며 첫발을 뗀 이래 7년 4개월 만에 이뤄진 공식 서명이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과 호주 두 나라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타결된 FTA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호주는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유럽연합(EU), 페루, 미국, 터키, 콜롬비아에 이은 11번째 FTA 체결국이다. 이로써 GDP 기준 FTA 경제영토도 전 세계 57.3%로 늘어났다.
세계 12대 경제대국 호주는 우리나라와의 교역액이 작년 기준 303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7만달러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보유해 교역 확대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우리는 주로 자동차·석유제품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호주는 원자재·에너지 자원을 수출하는 상호보완적 교역 구조를 이룰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FTA 파트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한·호주 FTA 협정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품목 수 기준으로 전체 수입품의 94.3%(수입액 기준 94.6%)에 대해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호주는 5년 이내에 거의 모든 품목에서 관세를 없앤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번 FTA의 최대 수혜품목은 전체 수출의 20.5%를 차지하는 자동차다. 특히 자동차에서도 1000cc∼1500㏄ 휘발유 소형차와 1500cc∼3000㏄급 휘발유 중형차는 발효 직후 5%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수출 확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이 2016∼2017년에 호주 내생산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호주의 완성차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FTA가 10%대에서 정체된 국산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 자동차 부품, 가전,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 비중 있는 수출품들이 대부분 관세 즉시 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수입 측면에서는 쇠고기 등 일부 농축산업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쇠고기는 현재 40% 관세율이 매년 약 2.6%씩 낮아져 15년차에는 관세가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다. FTA가 내년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께는 호주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 점유율은 55.6%로 미국산(34.7%),뉴질랜드산(8.8%), 캐나다산(0.6%) 등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쌀·분유·과실(사과, 배, 감 등)·대두·감자·굴·명태 등과 같은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됐다.
다만 자원·에너지 부문은 FTA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원·에너지는 대호주 전체 수입액의 80%에 육박하는 최대 수입품이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입한 전체 알루미늄광의 77%, 철광 72%, 석탄 44%, 아연광 20%를 호주에서 들여왔다.
이번 FTA의 핵심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관철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작년까지 한국의 대(對) 호주 누적 투자액은 161억6000만 달러로 호주의 대한국 투자액(22억 달러)의 7.3배에 달한다.
산업부는 한·호주 FTA 발효로 앞으로 10년간 GDP가 0.14%, 소비자 후생 수준이
우태희 실장은 "수치상의 경제적 효과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양국의 정치·경제적 우호관계가 확대·심화하는 무형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 통상 장관의 정식 서명으로 한·호주 FTA는 각 의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는 절차만을 남겨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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