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변경, 해도 너무 자주해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꺼내드는 카드 중 하나는 '수장 교체'가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변경을 자주한 기업 중에는 부도설에 휩싸이거나 상장폐지 기로에 선 곳이 많아 투자 주의가 요망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대표이사 변경 공시'는 총 156건에 이른다.
이 중 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신고를 한 CJ와 JW홀딩스, 기타법인 2곳을 제외한 152건은 모두 코스닥 상장사에서 올린 것들이다.
넉 달이 채 안 된 이 기간 동안 대표이사가 4번이나 바뀐 업체로는 유니드코리아가 유일하다.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니드코리아는 지난 1월13일 조규면 대표를 해임하고 고승현, 노운호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만에 조 대표를 재선임했고, 2월 27일 자금 조달의 잦은 연기와 미이행 등 조 대표의 직무유기를 이유로 해임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 한달 만에 돌고 돌아 조규면 대표체제로 복귀한 유니드코리아는 유상증자절차를 밟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니드코리아는 이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라며 "유상증자를 한다고는 하나 과거에도 (유니드코리아가) 유상증자 대금납입을 2번 이상 하지 못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유니드코리아의 대금납입일은 15일까지다.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제기는 21일까지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대표이사의 배임·횡령 등으로 수장이 3번 바뀐 에이제이에스 역시 거래소로부터 최근 상장폐지 통지를 받았다.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대한광통신, 디지텍시스템스, 시그네틱스, 실리콘화일, 에코플라스틱, 케이맥, 태창파로스 등도 2번의 대표이사 변경공시를 냈다.
모두 코스닥에 상장된 이들 기업에서 수장이 교체된 데에는 경영상의 이유, 혹은 대표의 유고나 일신상의 사임 등 이유가 다양하다.
하지만 디지시스템스의 경우 수백억원의 회삿돈 횡령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14일자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통보를 받았으며 태창파로스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한 것과 관련 무효 소송이 제기돼 크고 작은 갈등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한광통신의 경우 최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를 받았는데 만약 최종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부과벌점이 5점 이상 되면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될 수 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대표이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 등을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한 기업을 들여다보면 경영실적이 악화됐거나 자금난을 겪는 곳이 많아 투자자들은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