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6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가족 등의 공동 제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혼선이 있어 상당히 혼란스럽다"라고 밝혔다.
삼성의 이같은 반응은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반올림)가 전날 '제3의 중재기구 구성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백혈병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겠다고 전제한 뒤 "반올림의 입장 변화가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떻게 사태가 진전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삼성전자 경영진 명의로 며칠 내에 백혈병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이날 나온 반응에 비춰 볼 때 입장 발표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9일 국회정론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장에는 심 의원과 반올림 관계자, 유가족 대표가 모두 참석했고 기자회견도 삼자 공동명의로 이뤄졌다"라면서 "그런데 갑자기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 제안해놓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우리로서는 검토할 대상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라며 "3자 중재기구는 우리가 제안한 게 아니라 제안을 받고 검토하는 건데, 마치 삼성이 대화의 장을 벗어나거나 협상을 피하려는 걸로 보면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전날 성명에서 "보상안은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이 이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우리는 작년 12월 본 협상 때부터 일관되게 보상안을 요구해왔고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라면서 "삼성의 직접 답변을 요구하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우리가 제시한 안이 있는데 삼성 측에서는 제3의 중재기구가 마치 처음 나온 제안인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실은 "제3의 중재기구는 보상액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보상대책의 범위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이 경영진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바꾼 게 아니라면 입장 발표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의원실은 9일 기자회견문 내용에 대해서는 회견 전날 반올림 측에 메일로 보냈고 당일 회견 직전 문안을 회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김준식 부사장은 14일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심 의원 등의 중재 보상안 제안에 대해 경영진이 이른 시일 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기흥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7년간 끌어오면서 각종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이 잇따랐으며,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대화가 시작된 상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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