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제천 ES리조트`에서 바라본 청풍호 모습 |
봄·가을이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 16일 충북 제천을 향해 악셀레다를 밝던 그날도 그랬다. 여름 휴가철까지는 2~3개월의 여유가 남아있지만 때 이른 초여름 더위는 조급증까지 불러온다.
매년 이맘때면 휴가지 결정에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바다는 식상하고 산은 심심하다. 해외로 가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럴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지인을 찾게 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클럽 ES리조트’를 소개받아 중부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빠져 나오는 그 순간에도 “기대감 뒤로 실망감이 엄습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82번 지방도로를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말문을 잃었다.
저 멀리 청풍호가 옥빛을 발했고, 양 길가에 늘어선 소나무와 벚나무는 열다섯 척은 족히 돼 보였다. 마치 초록빛 물속을 헤엄치듯 달리는 느낌이랄까.
↑ 번 지방도를 타고 `제천 ES리조트`로 향하는 길. 먼 발치 `청풍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
5월은 청풍호(淸風湖)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시기다.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로, 호안의 길이가 무려 97.2km에 달한다. 그 크기와 우리나라 대륙 한가운데 자리 잡은 위치 때문에 ‘내륙의 바다’로도 불린다.
당시 충북 단양, 제천, 충주 등 3개 지역의 일부 마을은 수몰됐다. 이중 수몰된 제천 땅은 42km로 절반에 가깝다. 제천사람들이 이 호수를 충주호라 부르지 않고 지명(청풍면)에 따라 ‘청풍호’로 바꿔 부를 만하다.
청풍은 대대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조선시대 고을의 관문이던 팔영루 앞엔 역대 관리들의 송덕비가 즐비하게 서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청풍면이 물에 잠기면서 일대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은 산동네로 옮겨졌고 현재 청풍문화재단지에 보관 중이다.
이곳엔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 4동), 지석묘, 문인석, 비석 등 42점과 생활유물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지명 뿐이지만 남은 유물들이 청풍의 화려했던 과거를 말해준다.
청풍은 남한강을 따라 배들이 오르내리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번성했다. 시간이 흐르고 도로와 철길이 깔리면서 힘을 잃기 시작해 1985년 충주댐이 생기면서 결국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절경인 청풍호반을 중심으로 유명 리조트와 레저시설들이 들어섰고, 도시민들의 별장지, 전원주택지로 각광 받으면서 점차 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다.
↑ 자연과 하나된 리조트 숙소 모습 |
그중 하나가 바로 ‘클럽 ES리조트’이다. 구불구불 82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청풍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좌회전하면 능강리에 위치한 이 곳에 다다른다.
청풍호반 금수산 자락(충북 제천군 수산면 능성계곡)에 위치한 ‘클럽 ES리조트’의 외관은 우선 펼친 책을 엎어 놓은 모양의 박공지붕이 마치 스위스 산자락에 위치한 샬레(Châlet, 통나무집)를 연상케 한다.
1995년 별장 한 채로 시작한 클럽 ES리조트는 내년(2015년)이면 스무살이 된다. 현재는 45채(225실) 규모의 별장마을로 변했다. 마치 포도가 오크통에 들어서 1등급 로마네꽁티로 숙성되듯 이곳의 완숙미도 절정에 이르렀다.
콘크리트더미의 숲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도시민을 위해 만든 만큼, 자연과 거스른 그 어떤 것도 이 별장마을에선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첩첩이 겹쌓인 금수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자연을 무시한 시공은 상상조차 못했을지 모르겠다.
↑ 스위스풍 박공지붕이 돋보이는 `제천 ES리조트` 모습 |
월악산이 정면으로 펼쳐져 있고, 별장마을의 앞마당은 청풍호가 차지했다. 이런 기막힌 입지는 유럽풍 마을로 완성하는 ES리조트의 전매특허(?)로, 국내에서는 이곳과 통영 딱 두 곳 뿐이다.
“오랜기간 여행을 하면서 ‘인간이 자연과 가까이하며 조화롭게 지낼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리조트는 자연 친화적이어야 한다.”(ES리조트 이종용 회장)
이 회장의 고집 덕분에 클럽 ES리조트는 환경과 건축이 따로 노는 콘도나 펜션과는 원천적으로 다르게 지었다.
우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을 활용한 ‘누각식 경사 개발법’을 채택했다. 건축물이 수목의 높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층수도 제한해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분이 되도록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리조트가 산을 가리지 않고 나무나 바위를 원상 그대로 두고 건축물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발코니에 큰 소나무가 뻗어 있거나 거실에 바위가 들어와 있는 숙소도 있다. 나무가 지붕을 뚫고 솟구친 모습이 여기서는 당연한 풍경이다.
↑ 주말마다 공연 및 파티가 열리는 로맨틱 가든 |
이런 이유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대다수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중장년층이다. 하지만 직접 본 클럽 ES리조트는 휴양 및 놀이 시설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전 연령대를 아우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라이브공연을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실내 공연장도 마련돼 있다. 리조트 중앙에 위치한 로맨틱 가든에서 만찬과 파티도 즐길 수 있다. 매 주말 저녁 7시면 야외음악회와 바비큐파티가 열린다. 공연이 끝나면 야외에서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편의점을 비롯해 스위스풍의 양식당 비노로스, 솔 숲속에 위치한 한식당도 일품이다.
이밖에 도예방과 명상의 방, 야외 탁구장, 가족 퍼팅장 등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무대시설도 있다. 풀밭 곳곳에는 닭, 토끼가 뛰어다니고, 염소와 꽃사슴을 키우는 동물농장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객실 디자인도 독특하다.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브라운톤의 객실과 콘솔, 아기자기한 주방, 이국적인 다락방, 청풍호, 정방사 등산로가 내려다보이는 넓직한 테라스 등을 갖춘 빌라형, 롯지형, 제빗하우스, 릿지햄림 4가지 타입, 총 225실이 금수산과 하나가 됐다.
↑ 리조트 윗쪽에 위치한 수영장. 연말에 회원들을 초대해 END YEAR PARTY를 개최한다. |
하지만 주의사항 하나. 리조트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수영복 차림으로 리조트를 돌아다니다 이 회장의 눈에 띄면 쫓겨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는 회원·비회원 불문이다.
이는 이곳을 ‘삶의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남이 있는 곳’이라 정의한 ES리조트 이종용 회장의 고집 때문이다. 이곳의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복장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 특유의 꼬장꼬장함이 묻어난다.
실제로 한번은 문신을 한 반팔티셔츠 차림의 회원의 자격을 박탈할 적도 있다. 물론
이 곳 클럽 ES리조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와 ‘모든 걸 할 수 잇는 자유’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유럽형 리조트다.
이번 휴가철에는 일상에 찌든 몸을 이곳에서 치유해 보면 어떨까. 이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행운은 덤이다.
[충북 제천 능산리 =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