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
재계는 신 회장의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그룹 총수로서 입지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제 2롯데월드는 신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다. 그 만큼 그룹을 이어받을 후계자에게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정작 신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에 20년간 참여하면서 단 한번도 스스로를 후계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 신격호(92) 총괄회장이 그룹의 키를 쥔 채 후계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서다. 게다가 일본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신동주(60) 롯데홀딩스 부회장, 즉 신 회장의 형이자 롯데가(家) 장남의 행보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 얽히고 설킨 롯데, 지배구조 정점엔 신격호 회장 있어
지난 3월 롯데쇼핑은 바이더웨이에 호텔롯데 지분 7만9254주 전량을 123억4800만원에 매각했다. 호텔롯데와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의 합병으로 인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의 지분 278만1947주(8.83%)를, 롯데쇼핑은 호텔롯데 지분 7만9254주를 보유하는 상호출자를 통해 두 회사는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둘 간의 쌍방향적 지배구조는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쇼핑을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일방향으로 바뀌었다.
한국롯데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뿐 아니라 롯데알미늄(12.99%), 롯데건설(38.34%), 롯데제과(3.21%) 등 롯데그룹의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2014년 1분기말 기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일본 법인인 롯데홀딩스(19.2%)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맡고 있다. 특히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광윤사'란 기업의 대표이자 최대주주 역시 신 총괄회장이다. 그 동안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등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증여하거나 매각해 그룹 지분이 적다. 하지만 광윤사를 통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결국 신 총괄회장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계는 형제 간 지분율이 별 다른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광윤사 지분의 승계 방향이야말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 평가한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이 지분을 넘겨받은 자가 롯데그룹을 최종 지배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신씨 형제가 보유한 그룹 내 핵심계열사, 롯데쇼핑(신동빈 13.46%·신동주 13.45%), 롯데푸드(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카드(신동빈 0.27%·신동주 0.17%),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의 지분율은 서로 비슷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1~2년 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의 변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징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며 "롯데 계열사간 지분이동 및 합병 등이 갑자기 빈번해지고 오너형제들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입이 계속되는 등의 징후가 지배구조 변화를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 아리송한 후계구도에 형제간 지분 경쟁만
불분명한 후계구도 속에 지분율 마저 박빙을 이루자 신씨 형제의 조그만 지분 변화에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씨 형제는 10년만에 지분경쟁 양상을 보여 더욱 그러하다. 이들이 불붙은 곳은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회사, 롯데제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롯데제과 주식 570주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번째 주식을 매입했다.
이로써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현재 3.85%(5만4697주)로 신동빈 회장(5.34%)과의 지분 격차는 1.49%로 좁혀지게 됐다.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2003년 이후 거의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형제 간 지분 격차는 통상 1.4%포인트로 신 회장이 앞섰다.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지분율이 비슷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로 신 회장이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사들였고 그 결과 롯데제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은 5.34%로 높아졌다. 4%대를 유지하던 신 회장의 지분율이 5%대로 갑자기 뛰자 신 부회장 역시 롯데제과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8월부터 약 한달 간격으로 꾸준히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해 오는 신 부회장의 행보는 신 회장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연결 고리다. 따라서 롯데제과의 지분을 늘리면 한국 롯데 기업들에 대한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롯데제과가 롯데푸드(9.32%), 롯데칠성음료(17.7%) 등 한국 롯데의 주요 식품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계열사에 미칠 영향력도 함께 확대할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진 롯데그룹 모태기업인 롯데제과에 대한 애정 역시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이 본인 명의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롯데제과(6.83%)다.
롯데그룹은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는 것일 뿐이라며 후계구도 등에 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승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있는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수는 51개로 대기업집단 중 가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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